주식형 펀드 시장 규모가 최근 2년7개월전 활황기가 본격화하기 직전 수준으로 축소되자 `전성기`를 거쳐 `쇠퇴기`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펀드 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과거 상승장에서 묻지마 펀드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증시가 조정을 보일 때 저가 매수에 나서는 등 합리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증시의 새로운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형펀드 설정액 2007년 11월 이후 가장 낮아
14일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11일 기준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99조9천298억원을 기록했다. 2007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시 11월 8일 기준 전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99조854억원이었다.
설정액이란 펀드에 유입된 자금의 총액을 뜻한다.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2007년부터 급증세를 보이며 크게 불어났다.
주식형펀드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주가가 오르고 이로 인해 펀드 수익률이 상승하면 펀드 자금이 다시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면서 코스피가 사상 최고 수준에 올랐던 2007년 11월 최초로 설정액 100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이러한 펀드 가입 붐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증시가 고꾸라지기 시작한 2007년 12월이 정점이었다. 주가가 급락하더라도 환매가 당장 나타나지 않는 펀드 상품의 특성과 2008년 상반기 주가 반등의 영향으로 설정액은 2008년 8월 144조원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발발한 이후 반 토막 계좌가 속출하면서 `펀드런(대량 환매)`이 이어졌다. 특히 인기가 시들해진 펀드의 대안으로 `자문형 랩어카운트`가 떠오르면서 지난해 한 해에만 25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펀드 설정액이 급감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펀드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줄었다.
증시 내 펀드 비중은 2003년 6월부터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2009년 3월 9.67%로 고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며 올해 1월 말에는 6.15%로 떨어졌다. 2007년 6월 6.03% 이후 2년7개월 만에 최저치다.
◇원금 회복되자 속속 환매…자문형 랩 부상
펀드 설정액이 이처럼 급감한 것은 금융위기 이전 고점 부근에서 투자했다가 반 토막 난 수익률에 힘든 시절을 보냈던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이 증시가 반등하면서 원금을 회복하자 너도나도 돈을 빼내갔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펀드의 경우 월간 기준 2009년 7월 이후 21개월 연속 자금 유출이 지속되며 전체 설정액 감소를 견인하고 있다.
해외 펀드에서 이처럼 자금이 이탈한 원인은 국내 펀드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을 들 수 있다. 수익률이 부진하자 금융위기 이전 들어온 3년 만기 해외펀드 투자자 대부분이 만기 연장 대신 환매를 택한 것이다.
실제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가 펀드 수익률을 파악한 결과 국내 주식형펀드의 최근 3년 평균 수익률은 27.58%인데 비해 해외 주식형펀드(-0.85%)는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증시에 비해 해외 증시의 회복 속도가 더뎠기 때문이다. 일본(-37.18%), 러시아(-35.13%), 신흥유럽(-19.73%), 유럽(-12.84%) 등 상당수 해외 펀드가 3년 수익률에서 두자릿수가 넘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가장 많이 집중된 중국(홍콩H) 펀드의 경우에도 -2.86%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부터 해외 펀드 비과세 혜택이 폐지되면서 투자 매력이 크게 반감된 요인도 있다. 해외 펀드와 국내 펀드가 같은 수익률을 거뒀다고 했을 때 비과세인 국내 펀드 투자보다 세금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다.
여기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문형 랩`이 인기몰이한 점도 주식형펀드 자금 이탈을 가속화한 원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펀드시장 장기적인 전망은
펀드 설정액이 2007년 11월 수준으로 회귀했다는 것은 수급 기반이 취약해져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 증시 회복에 필요한 동력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대규모 펀드 환매`가 주식시장 수급에 부담을 주고 있지만, 자문형 랩 등 다른 간접투자 수단으로 자금이 재유입되면서 부담이 완화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현대증권 배성진 펀드담당 수석 연구원은 "주식형펀드에서 자문형 랩 등으로 손바뀜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절대 금액 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들어서는 증시가 조정을 보이면 신규 자금이 들어오고 상승하면 환매가 일어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어 오히려 급락장에서 저가 매수 자금이 유입되면서 펀드 자금이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대증권이 분석한 결과 코스피 1,850~1,900선에서 3조원, 1,900~1,950선에서 4조원, 1,950~2,000선에서 3조5천억원의 자금이 신규 유입되면서 증시 조정 시마다 지지선 역할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올해 새롭게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헤지펀드는 펀드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삼성증권 조완제 투자컨설팅팀장은 "헤지펀드는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주식형펀드의 파이를 깎아 먹기보다는 상호 보완 작용을 하면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성진 수석 연구원도 "헤지펀드는 고액 자산가를 주요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누구나 적은 돈으로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주식형펀드와는 대상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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