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대학총장의 리더십

미국 하버드 대학은 영국 옥스포드대학과 함께 세계 2대 대학으로 꼽힌다. 존 F 케네디를 비롯한 5명의 대통령과 33명의 노벨상 수상자 등 걸출한 인물을 배출했다.

 하지만 하버드가 처음부터 좋은 대학은 아니었다. 1636년 설립된 이후 200년간 하버드는 그냥 지방 전문대학에 머물렀다. 하버드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1869년 화학자였던 찰스 엘리어트(Charles W. Eliot)이 총장으로 부임한 이후부터다.

 35세의 젊은 나이에 총장으로 부임한 찰스 엘리어트는 하버드 대학 총장 역사상 가장 긴 40년동안 재임하며 하버드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시켰다. 그는 대학 개혁을 진두지휘하며 하버드를 연구 중심 대학으로 변모시켰다. 그리고 획일적으로 강요되던 라틴어와 고전문학 대신 산업화와 도시화에 필요한 과목을 도입하고 선택 폭을 넓혔다.

 타 대학들도 하버드를 벤치마킹해 1909년 찰스 엘리어트가 총장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하버드뿐 아니라 엘리엇의 개혁을 본뜬 미국의 대학들은 세계적인 학교로 발전했다.

 하버드 대학 처럼 미국 유명 대학은 총장이 장기집권한 곳이 많다. 존스 홉킨스 대학 초대 총장이었던 다니엘 길먼(Daniel C. Gilman)은 25년간 재임했고, MIT의 칼 콤프턴(Karl T. Compton)은 18년,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의 로버트 밀리컨(Robert A. Millikan)은 25년간 총장으로 재임했다.

 장기집권한 이들 총장의 공통점은 대학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개혁을 통해 대학의 비전을 설정하고 타 대학과는 다른 전문성을 갖춘 대학으로 키웠다. 그리고 이들은 독재에 가까울 만큼 강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대학개혁에 교수 등의 반발이 많았지만 이같은 불만을 제압하며 개혁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리더십은 19~20세기의 리더십이다. 최근 학생 자살로 문제가 되고 있는 KAIST의 서남표 총장도 장기집권한 미국 대학의 총장 리더십을 닮았다. 다른 목소리를 인정하지 않는 과거의 리더십은 벽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21세기의 리더십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자기를 낮추는 소통과 조화의 리더십이다. 리더는 조직원을 따듯하게 어루만지는 배려와 격려의 따듯한 손길을 내밀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KAIST가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권상희 정책담당 차장 shkwo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