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장비 관리 효율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연구장비 관리 전문기관의 설립에 따른 장비 일괄 관리의 효율성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과 연구소, 공공기관 등 연구개발(R&D)현장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 행정의 전형’이라고 반발하며, 심도있는 장비관리 방안 모색과 현장과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지식경제부는 ‘지식경제 R&D 혁신전략’의 하나로 효율적인 R&D 관련 예산 집행과 연구장비에 대한 전주기 종합 관리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장비 관리 전문 기관(이하 연구장비 전문 기관)을 내달 중 설립한다. 이를 통해 그동안 각 기관별로 관리가 이뤄지던 장비에 대한 활용도를 높이고 중복 구매 등 낭비적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취지다.
지경부 김남정 산업기술기반팀장은 “연간 5조원(2009년 기준)에 달하는 R&D 예산 중 10%가 연구장비 구매에 사용되고 있다”며 “연구장비 전담 기관이 설립되면 장비 도입에서 심사·승인, 장비 구매, 활용 및 폐기 등 연구장비에 대한 전주기 통합 관리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연구장비 전담 기관으로 유력시되고 있다.
하지만, 기관 설립을 앞두고 관리 대상에 포함되는 R&D 및 지원 기관들은 오히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장비 구매와 폐기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연구장비는 일종의 대형 기구물로 봐야 한다. 연구팀에서는 장비를 구입하더라도 R&D 목적에 맞게 해체하거나 조립된 맞춤형을 원한다”면서 “장비 구매시 연구팀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장비업체에 의사를 반영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과연 얼마 안 되는 전담 인력이 전국의 R&D 현장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이런 부분을 파악하고 조율해 구매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출연연들도 연구장비 전담 기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특히 연구장비 소유권이 국가로 귀속되면서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장비 구매 후에는 자산이 연구장비 전담 기관으로 잡히게 된다. 이 때문에 불용처분 및 폐기하려는 장비가 있어도 연구소에서는 기관 자산이 아니어서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에서도 부정적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매각과 폐기 과정 자체를 중앙에서 통제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정부가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보다 자신들이 관리하기에 편리하도록 기관만 하나 더 만드는 꼴”이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연구장비 전담 기관 설립 후 늦어도 연내 제도 시행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제도 시행에 앞서 전국의 대학과 연구소 등으로부터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면서 “연구자들의 연구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의견을 반영해 관련 제도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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