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풍력발전은 모두 `유죄?`

 대한민국 풍력발전기는 대부분 불법으로 설치된 구조물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을 내세우며, 세계 시장에서 ‘녹색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는 녹색성장을 가로막는 ‘전봇대’가 수두룩하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풍력발전 타워 등 무게가 수십톤이 나가는 부품을 운송하기 위해 다수 업체들은 수송차량 무게·길이에 제한을 둔 도로교통법을 어기고 있다. 도로에 풍력발전기를 싣고 가는 것만으로도 이미 불법을 자행한 셈이다.

 국토해양부는 도로교통법(도로시행령 55조)에 의거해 길이 16.7m, 차량폭 2.5m, 높이 4m, 무게 40톤 이상의 차량을 과적차량으로 규정해 최고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 설치되고 있는 2㎿급 풍력발전 타워의 경우 무게가 보통 100톤 이상이어서 3단으로 분리해 옮기더라도 거대한 수송차량 무게까지 더해지면 40톤이 넘는다. 대부분 과적차량이다. 타워 총길이도 80m 이상이어서 3단으로 나누더라도 기준을 넘는다. 블레이드(날개) 역시 길이가 50m가량이기 때문에 법을 지키면서 설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각 지방 국토 관리청에서는 바퀴와 바퀴 사이의 축 길이에 따른 하중을 고려해 최대 중량 48톤까지, 차량의 길이도 보조 굴절차량을 별도로 연결해 운행할 경우 최장 19m까지 운행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이 같은 제도로는 풍력발전기 구조물을 실어 나르기 어렵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방도가 없어 과태료를 감내하면서 부품을 옮기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이전부터 정부에 의견을 개진해 왔지만 아직 개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과적차량으로 인한 도로의 파손 등을 우려해 쉽게 법조차 고치지 못하고 있다. 지방에 건설된 교량의 경우 빈번하지 않은 풍력발전 부품 운송 때문에 지금보다 더 많은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투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업체로서는 교량 개선에 돈을 들이는 것보다 과태료를 지불하는 편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에 ‘걸리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로나 다리 등의 구조물 하중을 고려해 해당 법이 시행되고 있어 제한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풍력발전기 운송을 이유로 운행 요청이 들어오면 부품을 분리해서 운행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산악지역 설치도 쉽지 않다. 산림청은 최근 ‘송전시설 등의 자재운반방법 결정 기준 및 임시진입로 설계·시공 기준’을 고시했다. 풍력발전시설 자재를 운반하는 경우, 설치 지역이 생태자연도 1등급에 해당하거나 설치지역과 산자락 하단부까지의 산지사면 평균경사가 25도 이상인 등의 경우 헬기로 부품 등을 운반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풍력발전기 설치가 적합한 상당수의 산악지역이 생태자연도 1등급에 해당돼 헬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풍력발전 설비 무게가 많이 나가 국내 보유 헬기로는 고시내용을 따르기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2㎿급 풍력발전기 나셀(발전기·기어박스 등이 포함된 부분)의 무게는 60~70톤이지만, 국내에 있는 운송용 헬기 한 대가 운반할 수 있는 최대 무게는 약 5톤이다. 헬기 역시 안전문제 때문에 사실상 2.5~3톤만 운송을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녹색성장을 외치고는 있지만 관련법과 규정을 고치지 않고 있어 업체들이 어쩔 수 없이 법을 어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태준·유선일기자 gaiu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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