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게임]규제만능주의자들에게 던지는 서울대 학생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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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게임을 잘 아는 게임 키즈 출신 서울대 학생 4명은 현행 게임 규제를 한 마디로 자유를 억압하는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기성세대들이 학생들을 지도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kr

 “기성세대의 불만은 우리가 게임을 해서가 아니라 공부를 안 해서 생기는 거죠. 공부를 안 하고 바깥에서 놀다 오든 텔레비전을 오래 보고 있든 아이들을 혼내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입학하는 서울대에도 고등학교 시절까지 게임을 즐기던 학생들은 많이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청소년이었고, 이제는 성인이 된 그들을 봄이 오는 교정에서 만났다.

 서울대 애니메이션 동아리 소속 김용구·김용우·김수현·안재현 씨는 게임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규제정책에 대해 자유로운 생각을 털어놓았다. 손꼽히는 수재들이지만 게임도 누구 못지않게 해봤다.

 “방학 동안 많이 할 때는 26시간 연속으로도 해봤죠.”

 게임을 많이 하고도 서울대에 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빙그레 웃는다. “서울대 축제에서도 단골 이벤트가 스타크래프트 대회와 피파온라인2 게임대회예요.”

 김용구씨는 뉴스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고 트위터와 블로그를 활발하게 이용하는 젊은 세대답게 청소년 심야 셧다운제와 게임사 강제 부담금 입법안도 잘 알고 있다. 안재현씨는 게임 사전심의제도 때문에 한국 앱스토어에만 게임 카테고리가 없어 해외 계정을 우회 이용한다고 친구들에게 설명했다. 김용우씨는 셧다운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행 주민등록번호 체제에서는 실효성이 없지 않나요? 청소년들의 기본 소양은 부모님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아는 것이라는 농담도 있는데,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에요. 게임을 하다 보면 할머니·할아버지 계정을 쓰는 친구들도 자주 봐요.”

 함께 앉은 친구들이 맞장구를 치자,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게임과 청소년 문제로 돌아갔다. 질문은 간단했다. 누가 왜 얼마나 게임을 많이 할까. 그들의 문제이자 친구와 후배들의 문제다.

 “공부만 할 수 없잖아요. 우리나라 학생들이 학교와 학원을 다녀오면 놀 장소가 마땅치 않아요. 밖에서 놀려고 해도 밤 10시 이후라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놀기도 어렵죠. 할 수 있는 다른 여가활동이 (게임 외에는) 별로 없어요.”

 “쉴 때는 책을 읽으라고 하시지만, 하루종일 문제집 들여다보다 또 읽는다고요?” ‘공부대장’들도 손사래를 쳤다. 자리에 모인 네 명은 “부모님들의 불만은 게임을 해서가 아니라 공부를 안 해서고 성적이 안 나오는 것은 게임을 해서가 아니라 공부를 안 해서”라고 잘라 말했다.

 기성세대가 게임을 유해물로 규정하는 동안, 게임은 청소년들의 또래문화가 됐다. 삭막한 입시전쟁과 사교육으로 내몰린 아이들은 적은 용돈으로 가장 쉽고 재미있는 놀이를 찾았다. 어른들처럼 자유로운 시간이나 금전적 여유가 없는 아이들은 컴퓨터 속으로 들어갔다. 게임을 청소년의 성장 환경과 여가의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본 네 명의 지적은 현실적이었다. 얼마 전까지 청소년이었던 그들은 정부의 무조건적인 규제 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을 털어놓았다.

 “여성가족부에서 추진하는 내용을 보면 청소년들을 오로지 훈육과 계몽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고 스스로 권리와 책임을 가진 인격체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게 느껴져요.”

 김용우씨가 입을 열자 김수현씨가 이야기를 받았다. 그는 “정부 부처나 의원들의 생각은 시대가 가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데 아이들은 예전과 다르다”며 “아이들의 눈높이를 바라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중요한 것은 가정의 보호와 관심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게임 규제가 얼마나 실효성 없는 정책인지 확신했다. “야간 게임 금지는 장발 단속과 마찬가지예요. 아이들을, 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무조건 막자는 것이죠. 본인이 모르니까 무조건 이상하게만 바라보고 있어요.” 게임을 놀이문화와 콘텐츠로조차 인정하지 않는 기성세대들에게 던지는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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