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기름 값 인하 `울며 겨자 먹기`

 7일부터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의 모든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 값이 ℓ당 100원씩 할인 판매된다.

 가격 인하 동참 의사를 밝힌 GS칼텍스는 물론이고 아직 방침을 정하지 못한 현대오일뱅크는 늦어도 이때까지는 구체적인 인하폭과 기간, 방법 등을 밝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가격 인하, 울며 겨자 먹기=맏형 격인 SK에너지가 ℓ당 100원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가격 인하 방침을 밝히자 나머지 정유사들이 수세에 몰렸다.

 SK에너지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데다 선수마저 빼앗긴 격이다. 이제와서 내려 봐야 손해는 손해대로 보고 마치 SK에너지를 따라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버틸 수도 없다.

 GS칼텍스가 연이어 인하 방침을 밝혔지만 에쓰오일이 5일 ℓ당 100원 할인 카드를 제시, 빛이 바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경쟁 구조에서 어느 한 곳만 가격을 안 낮출 수는 없다”며 “7일부터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이 가격을 인하키로 한 상황에서 나머지 정유사들도 이때까지는 동참 여부나 구체적인 인하 폭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하폭은 ‘100원’=정유사들이 가격 인하 방침을 밝히면서 할인 폭과 방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이 ℓ당 100원을 낮추기로 발표함에 따라 인하 폭은 100원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난방유 가격 인하 때도 SK에너지가 인하폭을 50원으로 결정하자 나머지 정유사들도 유사한 수준으로 할인 폭을 맞춘 바 있다. 물론 정유사 규모나 재정 상황을 고려하겠지만 후발 조치인 만큼 인하폭이 100원으로 수렴된다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할인 방식은 SK에너지처럼 주유소에서 카드나 포인트로 직접 할인 받는게 가장 효과적이란 평가다. SK에너지가 공급가격을 낮추지 않고 이 같은 방식을 택한 건 소비자들이 주유 시 직접적으로 가격 할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반면에 혜택의 폭이 넓어지기 위해서는 에쓰오일처럼 공급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자영주유소의 경우 재고물량 처치 후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공급받는 모든 주유소가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담합 과징금은 어떻게?=정유사들이 가격 인하 방침을 정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협의에 따른 과징금을 물릴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서민 고통 분담이라는 명분으로 가격을 낮춰 정부 체면을 세워준 정유사들에 굳이 담합이라는 칼날을 겨누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SK에너지가 지난 3일 가격인하 방침을 밝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1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내느니 가격 인하로 명분을 세우는 게 낫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지난 2009년 12월 LPG가격담합 의혹으로 1602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았던 SK에너지는 자진 신고로 전액을 감면 받은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에너지가 가격 인하폭을 정부와 협의해 결정한 것을 보면 과징금과 관련해 모종의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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