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정체 국면인데 돌발변수는 너무 많다.” “통신요금 인하라는 뇌관 때문에 예상 수익을 점치기 힘들다.”
통신업계가 최근 어수선한 시장 상황을 놓고 던지는 볼멘소리다.
반면에 다른 한편에서는 네티즌이 데이터 무제한요금제 폐지설, ‘카카오톡’ 차단설 등에 대해 “통신사만 ‘올레’ 외치고, 국민들 요금만 ‘콸콸콸’ 나오겠다” “가끔가다 대기업은 돈 벌기 위해 이상한 생각을 한다”며 불평한다.
어느 한쪽만의 잘못이라고 하기 어려운 이들 간의 간극은 모두 서비스와 정책에 관한 가시성이 약해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해 본격적인 스마트폰 확산 이후 서비스·요금 경쟁 등 모든 시장 환경이 달라지자 통신업계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정부는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한발 늦은 후속조치를 취하는데 머물렀다.
그 사이 이동통신 가입자들은 새로운 서비스에 환호하다가도 갑작스런 서비스 변경 검토 소식에 황당해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래 예측 가능성을 높인 로드맵을 수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통신 시장의 변화가 워낙 빠른 속도로 진행되긴 했지만 결국 이에 대응하는 것 또한 사업자와 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은 경쟁사를 의식한 즉흥적인 서비스 경쟁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계별로 나아갈 수 있는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지난 1년간의 경험에 비춰볼 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서비스 출시와 따라하기식 마케팅은 큰 효과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1년 사이 통신 시장이 급변하면서 통신업계가 단기적인 경쟁에 치우친 면이 없지 않다”며 “이제부터라도 눈앞의 이익이 아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을 꾀할 수 있는 사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사업자간 과열경쟁 우려를 안고 있는 서비스와 상품에 대해 선제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높여야 한다.
통신요금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장기적으로 계획을 수립해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기획재정부 주도로 구성된 통신요금 태스크포스(TF)처럼 갑작스런 인하 추진은 사업자의 정상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방해할 공산이 크다.
추진 방식도 ‘결과’를 정해놓고 그에 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고 충분한 사전조사를 거친 후 업계와 함께 방향을 조율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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