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통신시장] <중>혼란 부추긴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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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통신 시장을 둘러싼 혼란에는 사업자간 과열 경쟁과 전략 실패도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1~2년 사이 스마트폰 확산으로 통신 시장 환경이 과거와 전혀 다른 새로운 모습을 띠게 되면서 사업자간 경쟁은 더욱 가열됐다.

 스마트폰 통신서비스 상품이 상대적으로 가입자당매출액(ARPU)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통신 3사 모두 스마트폰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근원적인 서비스 품질 제고보다는 상호 비방에 가까운 마케팅 경쟁이 앞섰다. 스마트폰 가입자 확대가 1순위 과제로 오르면서 사업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품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이 지난해 8월 업계 최초로 선보인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이후 KT와 LG유플러스가 동참하면서 국내 스마트폰 활성화에 큰 몫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 요금제는 출시된지 불과 반년 만에 존폐 위기에 처했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이후 모바일 트래픽이 사업자별로 10~20배씩 늘어나면서 현 통신망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이 당장 눈앞의 가입자 유치만을 바라본 나머지 앞으로 일어날 통신망 부하와 이로 인한 통화품질 하락 등은 간과한 결과다.

 실제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들의 트래픽 사용량이 예상한 것을 뛰어넘으면서 통신 3사 모두 망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음성통화 품질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통신사가 공식적으로 인과관계를 밝히진 않고 있지만, 스마트폰 활성화 이후 음성통화 품질은 계속 나빠지는 추세다. 이용경 의원(창조한국당)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통화 도중 끊어지는 통화절단율은 2009년 11월 0.19%에서 지난해 10월에는 0.55%로 세 배 가까이 높아졌다.

 지난달에는 SK텔레콤이 다양한 단말기로 데이터 용량을 나눠 쓰는 OPMD(One Person Multi Device) 서비스 ‘T데이터 셰어링’의 무제한 요금제를 종량제 방식으로 변경, 신규 가입 희망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통신업계 한 전문가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경우 마케팅 경쟁 때문에 1위 사업자가 시행하자 2, 3위 사업자도 동참했다”며 “반년이 지난 지금은 1위 사업자가 요금제를 폐지하기를 2, 3위 사업자가 기다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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