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측정기 생산 中企 바빠졌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로 해외에서 방사선 측정기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방사선 측정 장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장비를 생산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방사선 측정 장비는 대부분 수입산이지만 에스에프테크놀로지와 일진방사선엔지니어링 등 국내 중소기업들도 방사선 측정 장비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에스에프테크놀로지(대표 채현식)는 휴대용 방사선 측정기인 개인선량계와 서베이미터를 생산하고 있다. 개인선량계는 방사선 작업자의 개인 피폭량을 측정하는 장비며, 서베이미터는 방사선이 어디에서 얼마나 나오는지 측정해주는 장비로 원자력 시설과 방사성 물질 저장시설 등에 대한 방사선 유출 감시나 방사능 오염도 측정에 쓰인다. 이 장비는 입자 형태의 방사선인 알파(α)선, 베타(β)선, 감마(γ)선뿐만 아니라 X선까지도 측정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원자력연구원과 119소방재난본부 등에 납품한다. 가격은 외국산 제품 대비 절반 수준이다.

채현식 대표는 "하루 평균 20여 통의 문의 전화가 걸려오는데 국내 기업 일본 법인이나 일본 업체 등에서 문의가 많다"며 "일부 업체와는 가격 등 구체적인 조건을 협의 중에 있으며 조만간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 대표는 "원전ㆍ연구소ㆍ의료기관 등으로 제한돼 있던 장비 수요가 일본 원전 사고를 계기로 항공사 등 기업과 군, 교육기관 등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단기적인 매출 증가는 제한적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출 증가 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진방사선엔지니어링(대표 정영근)은 개인선량계의 일종인 열형광선량계와 공기 중 방사선을 측정할 수 있는 방사선 계측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 최하석 차장은 "누적 피폭량을 측정해주는 개인선량계보다는 즉석에서 방사능 오염 여부를 알게 해주는 방사선 계측기에 대한 문의가 더 많다"고 말했다.

네오시스코리아(대표 라선유)는 공항이나 항만에 설치하는 문형 방사능 감시기(방사능 게이트)를 생산한다. 방사능 게이트는 방사능에 노출된 차량과 사람의 오염 정도를 센서로 체크하는 장비다. 네오시스코리아는 우라늄, 플루토늄, 세슘, 요오드, 라듐 등 방사성 물질의 종류를 구분해주는 휴대용 핵종분석기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 대전연구소의 김상용 소장은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사능 게이트는 G20 행사 때 납품했던 것"이라며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인천공항과 방사선 연구기관에서 주문이 들어와 장비를 추가 제작 중"이라고 말했다.

세영엔디씨는 원전용 방사선 감지기 전문 제조업체다. 방사선 계측기와 오염계수기, 기체감시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방사선 계측기는 방사선에 의해 발생되는 미세한 전류를 측정함으로써 방사성 물질을 검출하는 장비다. 오염계수기는 방사능 오염 여부를 판별하는 장비이며, 기체감시기는 대기 중 방사성 물질을 측정ㆍ감시한다. 김용태 세영엔디씨 전무는 "일본 원전 사고로 안전 규제가 강해지면서 신규 장비 수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일원자력(대표 서승범)은 서베이미터 등 일부 장비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김석중 한일원자력 팀장은 "기내식 재료의 방사능 오염 여부를 측정하려는 항공사나 일본 주재원이 있는 회사들의 구매가 잇따르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장비를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웅진코웨이는 자사 정수기가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웅진코웨이는 3일 자료를 내고 "2009년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웅진코웨이 정수기에 장착된 `RO멤브레인 필터`가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과 라듐을 99.9%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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