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KRX의 존재 이유

 요즘 한국거래소(KRX)와 회원사인 증권사, 선물사들이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유는 KRX가 올 8월까지 파생상품거래시스템의 접속장비(라우터)를 서울에 이어 본사가 있는 부산에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원사들은 서울 라우터 유지와는 무관하게 추가 개설되는 부산지역으로도 관련 정보시스템들을 신규 구축해야 한다.

 파생상품거래시스템이 부산에 있는 만큼 접속장비도 부산에 두어야 파생상품본부를 본사(부산)에 둔 취지가 살아나고 이를 통해 부산지역의 금융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게 KRX의 입장이다. 하지만 증권사와 선물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회원사들은 불필요한 시스템을 중복 투자하게 만들고, 선물시장의 제살깎기식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KRX의 방침에 따라 증권사들이 부산 지역에 제 2데이터센터를 구축하더라도 일부 운영인력만이 상주할 것이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신규 투자 비용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KRX는 각 사별 투자비용이 5억~30억원일 것으로 추정하지만 회원사들은 이는 신규 구축에만 해당되는 것이며 연간 시스템 운영비까지 합치면 더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외에도 부산에 접속장비를 두면 전문투자기관과 일반 투자자들간의 주문 체결 속도가 달라지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한 증권사 최고정보책임자(CIO)는 “회원사, 투자자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 것을 왜 하는지 알 수 없다”며 “회원사 입장은 반영하지 않고 강행하는 속내를 모르겠다”고 KRX의 방침을 지탄했다. KRX는 올해 초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관련 내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지만 조사 결과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회원사들은 KRX가 부산시와 시민단체의 압력, 그리고 정치적인 이유로 강행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이 부산에 본사를 둔 KRX가 설립된 지 5년이 지나도 금융중심지로 선정된 부산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슈화되었기 때문이다.

 양측의 이견을 떠나 KRX는 회원사의 권익을 보호하고 투자자에 대한 서비스 형평성을 유지하는 데 책임과 의무가 있다. 접속장비 추가 설치에 따른 효과가 무엇인지, 투자자들의 형평성에는 문제가 없는지, 기술 어려움은 없는지 등 회원사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치고 의견을 수렴해야 논쟁이 종결될 수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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