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 블랙스완 효과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이사 겸 이마스 대표운영자>

 

 얼마 전 나탈리 포트먼이 영화 ‘블랙 스완’에서 열연을 하여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니나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인 ‘백조의 호수’에서 성공하기 위해 백조 성격에서 흑조 성격으로 변모한다. 백조는 순종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을 지녔지만 흑조는 관능적이고 사악한 성격을 지닌 것으로 나온다.

 우리는 백조하면 으레 하얀 백조를 연상하지만 이것은 우리의 선입견일 뿐 검은 백조, 즉 흑조(黑鳥· black swan)도 실제로 있다. 일찍이 1697년 네덜란드 탐험가인 빌렘 데 블라밍이 호주 서남부에 있는 스완강에서 검은 백조를 우연히 발견했다. 이 발견은 기존의 선입견을 일거에 무너뜨리면서 당시 사람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줬다.

 예전에는 블랙스완 이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 또는 ‘고정관념과는 전혀 다른 어떤 상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었다. 하지만 블랙 스완 발견으로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것’ 으로 의미가 아예 바뀌었다.

 상황을 잘 파악하고 싶다면 늘 면밀하게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관찰이 왕도는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어느 농부가 칠면조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농부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칠면조에게 먹이를 가져다준다. 따라서 칠면조는 자신의 친구인 사람이 순전히 자신을 위해 먹이를 준다고 순진하게 믿는다. 그런데 이런 믿음이 과연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믿음이 깨지는 순간은 어느 가을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벌어진다.

  추수감사절 저녁 식탁에 맛있는 칠면조 고기를 올리기 위해 농부는 칠면조를 살육하기 때문이다. 칠면조가 농부를 파악하기 위해 그의 행동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관찰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예측하기는 힘들다.

 최근 들어 블랙스완 용어는 경제 분야에서 점차 회자되고 있다. 레바논 출신의 투자 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1987년에 발생한 블랙먼데이, 2001년에 발생했던 9·11 테러,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 위기의 공통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사건의 발생 가능성은 극도로 낮으나 일단 일어나면 예기치 못한 엄청난 충격과 파급 효과가 있다며 이를 블랙스완으로 묘사했던 것이다.

 탈레브의 블랙스완 주장에 근거해 시장이 불확실할 때는 중간 위험을 택하지 않고 투자금의 대부분을 지극히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고 나머지 일부를 옵션 등 투기적인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블랙 스완 투자라고 한다. 이 투자 전략은 대체로 약간 손실을 보도록 설계돼 있지만 시장이 폭락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블랙스완 효과는 비단 경제 분야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전쟁, 화산 폭발, 대지진, 쓰나미, 원자로 폭발 같은 분야에도 예외 없이 등장한다. 백두산 폭발도 또 하나의 이슈다. 10세기경 발해 멸망의 원인을 백두산의 화산 폭발로 보는 견해가 있다. 용암 분출은 물론이고 엄청나게 많은 화산재가 넓은 지역으로 퍼져 농작물 수확에 치명타를 줬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백두산 폭발 가능성이 높아졌다.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은 아직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동북아의 정치·경제·사회 상황에 큰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블랙스완 효과는 우리가 그동안 확률적으로 정규분포적인 평범한 상황만 가정하면서 살고 있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진정한 위기관리는 발생할 확률이 낮아도 피해 규모가 큰 이례적인 상황까지 예상하고 이에 맞는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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