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장비 산업 육성을 위한 모범 교과서는 일본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의 역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NHK(Nippon Hoso Kyokai)는 1926년에 설립, 일본 전역을 대상으로 라디오·텔레비전 방송을 하는 공영방송이다. 1960년 9월 컬러텔레비전방송, 1982년 12월 음성다중방송, 1984년 5월 위성 제1텔레비전방송을 시작했다.
1985년 2월 하이비전(Hi-Vision)이라고 이름 붙인 고화질텔레비전(high-definition television) 시스템을 갖추고, 11월 문자다중방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1989년 6월 위성 제2텔레비전방송을 시작했다.
이처럼 방송에서는 우리나라보다 항상 한발 앞서 나갔다.
이의 근간이 된 것이 NHK 방송기술연구소의 250명 박사급들이 방송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쳤다면 지금 일본의 방송산업이 존재하지는 못했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은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 제조업체로 이전되고, 해당 기업체는 이전받은 기술을 토대로 상용화 후 NHK에서 최종 비교테스트 후 NHK가 다시 제품을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즉 방송기술전문가들이 개발, 전자제품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이 정착된 것이다.
NHK는 이런 기술 사용료로 1년에 약 1000억원을 벌어들인다. 이는 다시 기술연구소 운영에 필요한 재원과 NHK의 수익으로 잡힌다.
일본의 방송장비가 세계시장의 43%를 점유하게된 것도 이런 제도를 통해 발전했다.
NHK 기술연구소는 최근 UHDTV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또 앞선 방송기술을 활용, 응용한 초음파기기 등 영상의료장비까지 개발하고 있다. NHK의 자회사인 NHK일렉트로닉스는 민간업체가 생산이 어려운 특수 장비를 개발해 판매까지 한다.
반면 우리나라 KBS 기술연구소는 10여명의 박사급이 기술개발 후 산업체로부터 기술사용료로 받는 수입이 최근 5년 동안 10억원 미만이다.
방송 관계법 및 정관에 의해 예산의 1%를 방송문화 및 기술개발에 사용하도록 되어 있어 매년 100여억 원의 예산이 지원되지만, 50~60여명의 인건비로 대부분 사용된다. 또 연구 방향도 주로 선거방송 등 방송사 자체 서비스 기술 개발 중심이다. 산업화와 연계하는 기술개발 부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행히 최근 방송장비 고도화와 함께 방송장비 국산화를 위해 엑사이트, LED 조명, 방송용 모니터를 수요연계형으로 개발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방송장비산업을 더 크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을 통해 KBS 기술연구소 등 국내 방송기술의 연구와 수요가 연계될 수 있는 모델 개발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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