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패자부활 통로로 전락한 우회상장

일단 상장시키고 보자는 한국거래소와 증권사의 성과주의 관행이 주식시장 질서를 문란케 하고 있다.

느슨한 우회상장을 통해 증시에 진입한 부실기업들이 각종 테마 붐을 타고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거액을 끌어들이고서 돌연 퇴출당하는 사례가 많아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루저기업`의 패자부활의 통로로 전락한 우회상장이 최근 3년째 계속되는 상장폐지 대란에도 한 몫 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회상장한 기업 가운데 상장 폐지된 기업은 2009년 8개에서 작년 11개로 늘었다.

올해는 유니텍전자, 뉴젠아이씨티, 한와이어리스, BRN사이언스, 지노시스템, 나이스메탈, 금성테크 등 7곳이 상장폐지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2006년 6월 우회상장 제도가 도입되고서 150개 기업이 우회로 상장한 것을 고려하면 3년간 약 17%가 퇴출당한 것이다.

CT&T, 아이디엔, 포인트아이, 더체인지, 아이스테이션 등 우회상장사 상당수가 관리종목에 해당해 증시에서 이탈하는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태는 부적격 회사가 우회상장을 통해 주식시장에 입성할 때부터 예상됐다.

작년까지는 자본잠식, 순이익, 감사의견 등 기본적인 기준만 충족하면 우회상장이 가능해 부실기업이 무더기로 증시로 진입할 수 있었다.

우회상장을 하면서 현란한 색깔로 분칠한 탓에 각종 환부가 그동안 곪을 대로 곪았음에도 좀처럼 노출되지 않다가 최근에야 실체가 드러났다.

작년에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네오세미테크 사태가 발생하고서야 회계감사, 상장폐지 실질심사 등이 깐깐해지면서 은폐됐던 부실이 적발된 것이다.

네오세미테크는 2009년 10월6일 모노솔라와 합병하면서 우회로 상장하고서 11개월 만인 작년 9월3일 돌연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시장을 후끈 달군 태양광 테마의 대표주자로 주가도 급등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고 그 뒤에는 막대한 분식회계, 경영진의 횡령설 등이 불거지면서 증시에서 막을 내렸다.

2009년 상장 폐지된 디에스피(엔터테인먼트 테마), 코아정보(나노), 포넷(자원개발), 2010년에 퇴출당한 엑스로드(위치기반서비스), 샤인시스템(3D테마) 등도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상장 폐지된 우회상장 기업 중 상당수는 증시 진입→줄기세포나 신소재, 신재생에너지 등 테마 붐 편승→장밋빛 전망 제시→주가급등→이상기류 감지→횡령ㆍ배임→상장폐지 순서를 밟았다. 올해 상장폐지 위험에 노출된 기업 중 뉴젠아이씨티는 불과 4개월 전에 우회 상장을 해 시장 감시기능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가 대형 서버, 네트워크 유통판매 업체인 마이트레이드마스터도 우회 상장을 하면서 기대를 한껏 키웠으나 최근 의견거절을 받았다.

우리투자증권 정근해 스몰캡 팀장은 "부실기업이 우회상장을 통해 새롭게 변할 수 있다는 기대를 했지만, 그동안 우회상장사를 보면 상장기업 프리미엄만 노리고 안일한 경영을 일삼는 사례가 많았다. 우회상장은 부실기업의 패자부활전 통로로 전락했고,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