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20일 대구를 방문했다. 자신이 투자한 대구텍의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이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대구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버핏은 하늘색 니트에 회색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옷차림은 물론, 운동화를 신은 모습은 ‘공항패션의 종결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슈를 불러 일으켰다.
세계 증권가의 큰손이자 세계 최고 부자인 버핏은 비록 전세기를 타고 다니지만 자신의 고향인 오마하에서 50년 이상을 살며 검소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버핏의 공항패션만 보더라도 억만장자인 그가 얼마나 소박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한국의 투자자들은 대구를 방문한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과 업종이 무엇이며, 그의 투자 노하우가 무엇이지 한국경제와 기업을 보는 그의 혜안이 궁금했기 때문일 것이다.
투자 비법을 뭍는 사람들의 질문에 대해 버핏은 4년전 대구를 방문했을 때와 같은 소리를 했다. 그때도 그랬던 것처럼 버핏은 기업이나 업종에 대한 정보를 주기 보다는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거시적 투자철학을 제시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대지진으로 곤경에 처해도, 한국이 남북관계로 정세가 불안해도 일본과 한국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고 매려적이라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보는 그의 투자철학을 엿볼 수 있다. 또 10년 이후를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라는 것이 그의 투자원칙이다.
투자의 달인이 되기까지 수많은 실패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번도 자신의 투자에 대해 비관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경제를 낙관하며 성장성이 보이는 중소기업에 장기투자를 한 것이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다.
가치판단보다는 작은 일에도 일희일비하고 테마에 이리저리 쏠리는 국내 투자가들은 기본에 충실한 투자를 하며 자기가 번 돈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는 버핏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은 성장의 변동성이 큰 첨단업종보다는 철강이나 소비재 등 경제의 버팀목이 되는 제조업 분야라는 점에서 그의 투자철학이 보인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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