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참사로 전산정보를 보호할 백업센터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으나 우리 정부의 백업센터 마련 계획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3년째 표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예산 편성에 미적미적한 태도를 보이면서 당장 내년부터 사업이 시작되더라도 백업센터 가동은 2015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그 사이 대규모 지진이나 포격·해킹 등으로 정부통합전산센터가 가동이 중단되면 정부 업무 마비 사태는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21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결론을 내기로 한 정부통합전산센터 백업센터 구축과 관련한 타당성 제조사를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백업센터는 현재 대전과 광주에 구축된 정부통합전산센터가 재난이나 재해로 가동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제3의 장소에 이들 데이터를 복제 해놓는 용도로 기획됐다.
지난 2009년 국회에서 처음 백업센터의 필요성이 제기돼 정부가 설립을 추진했으나 부지와 예산확보 등의 문제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와 관련,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타당성 제조사를 의뢰해 연구에 돌입했으나 결과 발표가 당초 1월에서 3월로 미뤄지는 등 지지부진한 상태다.
KDI 타당성 제조사에서 경제성 평가는 합격점인 1을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획재정부의 정책적 판단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00억원 규모의 예산이 예상되는 백업센터 사업은 이번 타당성 제조사를 통과하더라도 기획재정부 최종 예산 심의를 통과해야 내년 착수할 수 있다. 내년에 처음 예산을 확보해 사업에 착수하더라도 1년 이상 걸리는 설계 작업 등을 고려하면 백업센터는 2015년 이후에나 본격 운영될 수 있을 전망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지난해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의 사태가 터지면서 유사시 정부통합전산센터가 타격받을 때를 대비해 백업센터 타당성 제조사를 지난해 말까지 서둘러줄 것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예정된 일정보다 늦춰진 상황”이라며 “타당성 제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기획재정부의 최종 판단 등의 프로세스가 남아 있어 사업 추진여부를 예단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대전과 광주 정부통합전산센터는 극히 일부 시스템만 상호 백업을 통해 데이터를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일본 대지진처럼 한쪽 센터가 가동되지 못하면 사실상 정부의 전산 업무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국방엔터프라즈컴퓨팅센터의 경우 이를 감안해 태평양과 유럽에 별도의 백업센터를 마련해 운영할 정도다. 국민·우리·신한·기업·농협 등 주요 은행도 유사시를 대비해 전산센터와 별도로 재해복구(백업)센터를 운영 중이다.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한 관계자는 “은행뿐만 아니라 제조업체 등 일반기업도 백업센터를 가동하고, 최근에는 실시간 백업과 같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중인데 정부통합전산센터가 완벽한 백업센터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백업센터처럼 정부 보안과 관련된 사업은 타당성 검토와 같은 절차상의 문제로 허송세월을 보내지 말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발 빠른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타당성 제조사가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지만, 이달 말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결과가 나오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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