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에어컨(EHP) 정책을 두고 정부와 관련업계가 확연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정부가 최근 시스템에어컨(EHP)을 고효율기자재 대상 품목에서 제외하기로 기본 방침을 정한데 이어, 21일부터 본격적인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가자 업계에서는 거센 반발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몇 차례 EHP 보급을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하려다 업계 반발에 부딪혔던 정부는 이번만큼은 고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업계는 정부의 EHP 관련정책이 시장논리에 어긋나고 전력피크의 원인을 모두 EHP에 전가하는 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정책에 철저히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EHP 보급 활성화는 없다”=정부가 EHP의 보급을 억제하고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EHP 보급이 활성화되면서 가스 등 타 에너지원을 활용한 냉난방기기의 사용이 줄어들어 에너지믹스의 균형이 깨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력피크의 주범이라는 게 주된 이유다.
정부는 이러한 판단아래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EHP보급 억제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5월엔 업계 반발로 철회했지만 가스냉방 보급 확대를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올해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자금 운용 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EHP를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자금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당장 업계에 미칠 파장을 생각해 고효율기자재 인증을 받은 제품에 한해 자금을 지원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EHP를 고효율기자재 대상 품목에서 제외하는 것도 이와 같은 정책의 연장선상에서다. 전체 EHP시장에서 고효율기자재 인증을 받은 제품이 2%에 불과하고, 전기를 사용하는 EHP가 냉난방기기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국가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큰 손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업계 “시장 논리에 따라야”=업계에서는 EHP가 전력피크의 주범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달 전력거래소가 2010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력피크 발생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동계 최대전력에서 난방부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25.4%로 추정됐다.
정부는 전기온풍기, 전기패널(바닥전기장판), 전기히터 등과 함께 EHP 또한 전력피크에 있어 일정 부분 원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냉동공조협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동계 전력피크에 있어 EHP의 기여도는 2.4%에 불과하다.
또한 고효율기자재대상 품목으로 지정받은 지 얼마되지 않은 EHP를 당장 제외하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EHP시장에서 고효율기자재 인증 제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 미만이다.
고효율기자재 인증을 받은 EHP와 일반 EHP 간의 효율차이가 약 8%에 가깝기 때문에 오히려 EHP의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국가적인 에너지 효율측면에서 유리한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특히 효율과 함께 편리성 측면에서 EHP가 유리한 점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편리성으로 인해 전기 기반의 냉난방기기의 사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전기요금을 현실화해 소비자들이 경제성을 따져보고 냉난방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시장측면에서 올바른 선택”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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