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다음달 확정할 올해 스토리지 통합 구매 파트너에 HP가 처음 포함될 것인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합 구매는 1년간 사용할 서버·스토리지 등 정보기술(IT) 자원을 공급할 파트너를 미리 확정하는 것. IT업체 입장에선 통합 구매 파트너에 탈락하면 거의 판로가 막히는 만큼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스토리지 통합 구매 가운데 SK텔레콤 프로젝트는 가장 큰 규모다. HP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SKT 통합 구매 파트너로 선정되지 못해 사실상 국내 스토리지 시장점유율 10% 초반의 마이너로 전락한 상태다. 지난해에도 EMC와 히타치가 SKT 통합 구매 파트너로 물량을 양분했다.
하지만 HP는 올해 SKT 통합 구매에 그 어느때보다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무려 24억달러(2조80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3PAR의 기술력을 접목한 스토리지 신제품이 국내에서도 본격 출시됐기 때문이다.
3PAR는 ‘씬 프로비전’이라는 탁월한 스토리지 가상화 기술로 HP의 라이벌인 델도 마지막까지 눈독을 들였던 벤처기업이다.
한국HP가 SKT 통합 구매에 사활을 거는 또 다른 이유는 본사와 아태지역의 매출 압박이 예년보다 훨씬 강해진 측면도 있다. HP는 지난해 3PAR 인수 당시 인수가격이 너무 부풀려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 스토리지 분야 매출로 시장의 우려를 잠재워야 하는 만큼 그동안 큰 기대를 모으지 않은 한국에도 유례없이 높은 매출 목표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HP 관계자는 “구체적인 액수는 밝힐 수 없지만 (매출) 압박이 심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오는 24일에는 마이클 푸리토 아태지역 스토리지 부문 부사장이 직접 방한, 주요 고객을 만나는 등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하지만 업계의 전망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주요 기업에 공급한 실적(레퍼런스)이 거의 없는 HP 제품을 까다로운 SKT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선 기술력을 내세우는 3PAR도 국내에서는 중견기업인 동부CNI에서 일부 도입된 사례를 빼고는 거의 레퍼런스가 없는 상태”라며 “HP가 3PAR 기술을 도입한 신제품을 내놓더라도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국내 최대 통신사가 도입할 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반면에 시장논리와 달리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HP는 외환위기 이후 지배구조 변동 위기를 맞은 SK그룹에 거금을 빌려주는 등 후원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어려울 때 HP의 도움을 받은 SK가 스토리지 사업의 분기점을 맞은 HP의 구애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냉정한 시장논리를 따를지, 인지상정의 품앗이를 선택할지 글로벌 기업을 표방한 SK그룹의 선택도 초미의 관심사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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