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출판업계는 정보통신기술(ICT)과 먼 분야 사람들이 일하는 동네로 인식됐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확 달라질 것입니다.”
이강호 씨엘케이랩 대표(39)는 최근 개발한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앱) ‘북피디(bookPD)’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출판사에서 단행본을 제작할 때면 표지에서 속지, 띠지까지 종이의 규격을 정하게 된다. 인쇄소에서는 이 규격에 맞춰 전지를 자르고 잘린 종이에 글자를 인쇄한다. 이를 한데 모아 접합하면 비로소 한 권의 책이 완성된다.
제작자로서는 자신들이 제작한 책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지 고려해 판형을 맞춘다. 하지만, 제작자는 경제적인 면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전지를 자르고 남는 부분이 많다면 그만큼 경제적으로 손해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제작한 북피디는 바로 이런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앱에 표지·속지·띠지의 규격을 등록하면 자동으로 전지에서 차지하는 면적을 보여준다. 버리는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세부 사항을 앱에 저장해놓으면 추가 인쇄가 필요할 때도 허둥대지 않고 정확한 수치의 전달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용지를 어떻게 앉혀야 가장 경제적으로 책을 제작할 수 있을지 이미지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을 앱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가 이 앱을 만들어보기로 마음먹은 건 1년 전이다. 오래전부터 PDA를 사용할 정도로 ICT 기기와 친숙한 그였지만, ICT 기기를 출판 업계에 적용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접한 애플의 ‘아이폰’은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단행본의 편집과 레이아웃을 짜는 일을 하고 있던 그는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 업계의 책 제작 과정은 주먹구구식인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책을 만들다 보면 제작 사양을 금세 잊어버리곤 합니다. 이력을 저장해놔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거든요. 지면 레이아웃을 짜는 이와 인쇄를 하는 이 사이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제작 과정을 다시 거치는 일도 있습니다.”
복잡한 과정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정리하고 확인할 수 있는 앱을 만들어보자고 맘을 먹고 일에 뛰어든 지 1년. 그와 동료들은 인쇄소를 찾아 기계마다 일일이 확인 작업을 거쳤다. 정확한 수치를 얻기 위해서다. 노력 덕분일까. 북피디 앱은 1㎜까지 잡아낼 만큼 정교함을 더했다.
“이 앱은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시장의 요구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일이 우선이니까요.”
씨엘케이랩은 앱의 활발한 사용을 위해 ‘가이드 홈페이지’도 운영한다. 사용자의 요구사항은 업그레이드를 통해 계속 반영할 생각이다. 이 대표는 “이 앱이 출판 업계 종사자에게 큰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자신만의 제작노트처럼 활용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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