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입구에서부터 줄줄이 늘어선 차량 행렬. 주차장 내부로 들어가서도 빈자리를 찾아 몇 바퀴씩 도는 차량들. 방문객이 많은 건물에 주차를 할 때 누구나 한 번씩 이런 상황에 짜증을 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특히 이로 인한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생각하면 주차장은 운전자의 정신건강을 해치고 온실가스 배출 및 불요불급한 석유 소비를 발생시키는 주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어느 건물보다 차량대수가 많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 지하주차장(롯데백화점·롯데호텔·롯데마트·면세점 등 포함)에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일이 드물다. 이른바 주차관제시스템을 도입해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결제하면 주차요금 알아서 산정=이 주차장에서는 출차시 영수증을 보여주며 주차비를 산정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신용카드를 결제하면 금액 정보가 주차장으로 전달돼 주차요금이 미리 정산된다. 특히 이로 인해 무정차 출차가 가능해져 주차장 내 정체현상 또한 크게 줄어들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신용카드 결제시 결제 담당자가 고객에게 주차 확인 여부를 물어본 후, 그 자리에서 차량번호를 해당 신용카드와 등록시킴으로써 신용카드와 차량번호 간 연동 등록이 완료된다. 최초 구매 시 한번만 하면 이후부터 자동으로 차량 주차비 산정이 이뤄진다.
입·출차 과정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입차 전에는 여유·혼잡 입구 정보가 제공되며 입차 시에는 주차 여유 층의 사전 정보가 제공된다. 또 층 단위로 주차 여유 공간을 알려주고 먼 곳에서도 빈 주차공간을 확인 수 있는 조명을 설치했다.
주차 위치를 못 찾아 주차장을 헤매는 것도 여기선 남의 얘기다. 곳곳에 설치된 키오스크에 자신의 차량번호만 입력하면 차량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 입차단계부터 무인 카메라를 통한 자동차 관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휴대폰으로도 차량 위치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출차시에는 교통상황 안내판을 통한 외부 도로 교통 현황 정보 제공해 최대한 체증이 없는 지역으로 차량을 유도한다.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 또한 눈에 띤다. 공회전 감소에 따라 1년 동안 약 180톤의 배기가스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약 78대의 대기차량 감소 효과가 발생하고 출차속도 또한 최대 53%(6분) 빨라졌다.
◇똑똑한 주차장 더욱 늘어난다=롯데월드가 주차관제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들인 비용은 32억원이다.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이 사업자로 나서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구축을 완료했다.
특히 신용카드와 주차 정산시스템을 연동해 사전정산 및 할인을 하는 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이를 개발한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12월 1일자로 BM특허(Business Model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롯데 측은 주제관제시스템을 향후 롯데 전 그룹계열사로 확대해 연계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고객유치 및 온실가스 감축, 연료 절감 등을 생각하면 투자비가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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