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품ㆍ장비업체인 케이씨텍의 생산 공정은 최근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간다. 세리아슬러리(웨이퍼 원판이나 절연막을 일정한 두께로 깎아 평탄하게 해주는 반도체용 연마 재료)에 대한 대기업들 주문이 쇄도해 비상 생산 체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세계 세리아슬러리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히타치화학의 일본 동북부 공장이 대지진 여파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생산량을 늘려 달라는 삼성전자ㆍ하이닉스반도체 등의 요청이 밀려들었다.
제조강국 일본의 지진 피해 장기화로 부품 수급에 비상이 걸린 국내외 전자업체들이 일부 핵심 부품과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일본 업체의 글로벌 점유율이 높은 부품ㆍ재료 중 대지진 충격으로 단기간 내 정상 공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품목들이 주요 대상이다.
반도체 주재료인 웨이퍼(실리콘을 얇고 둥근 원판 형태로 만든 뒤 여기에 전자회로를 새겨넣음)의 경우 세계 1~2위 실리콘 웨이퍼 생산업체인 신에쓰와 섬코의 공장 가동 중단으로 품귀 염려가 높아지고 있다.
구매처 확보에 비상이 걸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국내 웨이퍼 제조업체인 LG실트론에 웨이퍼 주문을 경쟁적으로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포토레지스트(웨이퍼 위에 회로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감광재료)도 일본 TOK와 신에쓰 등의 생산 차질로 수급이 불안정하긴 마찬가지다. 국내 생산업체로는 금호석유화학과 동진쎄미켐 등이 꼽힌다.
동진쎄미켐 고위 관계자는 "재고 물량이 소진됐을 때를 대비한 물량 확보 문의가 부쩍 늘었다"면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의 움직임이 무척 분주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최근 아비코전자에 칩인덕터 주문량을 월평균 500만개에서 1100만개로 대폭 늘렸다. 납품업체인 일본 TDK의 공장 가동 중단으로 국내 업체에 주문량을 대폭 늘린 것.
LCD 업계의 부품ㆍ소재 쟁탈전도 이미 시작됐다. 세계 대다수 업체에 LCD용 주요 필름을 제공하는 소니케미컬의 미야기현 공장 침수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국내 협력사들에 주문량을 늘렸다.
삼성전자는 협력사인 신화인터텍에 프리즘시트 공급을 긴급 요청했다. 또한 제일모직 등에 LCD용 관련 필름을 확대 주문했다. LG디스플레이도 미래나노텍이나 LG이노텍을 통한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매일경제 황인혁 기자/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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