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기업 인텔과 애플서 배워야"

"한국과 일본 기업은 미국 인텔과 애플에서 배워야 한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가 16일 삼성 수요사장단회의 때 내놓은 진단이다.

후카가와 교수는 삼성의 초청을 받아 이날 `일본에서 보는 삼성`이란 주제로 1시간가량 강의를 했다. 강의에 앞서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제안으로 참석자들은 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희생된 사람들을 애도하는 묵념을 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 모두가 생각해 볼 기업 모델로 미국 인텔과 애플을 꼽았다.

후카가와 교수는 "컴퓨터는 갈수록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이 되고 있지만, 인텔 인사이드가 상징하듯 그 안의 핵심 부품은 지속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애플 아웃사이드는 반대로 완제품을 설계해 외부 업체에 부품 생산을 주문한다든가, 오픈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기업 생태계를 만들고 그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두 용어의 뜻을 설명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한국과 일본 기업이 공통적으로 인텔 인사이드도, 애플 아웃사이드도 못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ㆍ일 기업 모두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인텔 방식으로 가든지, 아니면 애플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에 대한 일본인들 시각이나 평가도 소개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일본에서 한국 기업 공부 붐이 일고 있다. 일본 기업은 의사결정 구조와 속도에 약점이 있는데 한국 기업은 압도적 규모의 투자에 대해 책임지고 결정하는 오너십이 강하다. 일본에서 이 점을 굉장히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을 예로 들면서 이건희 회장이 대규모 투자에 관한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특별한 미션을 주면 삼성의 전문경영인들이 총력을 다해 이를 최단 기간에 이뤄낸다는 것이다. 이 같은 오너의 통찰력과 강력한 리더십, 빠른 판단력이 한국 기업이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고 적시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삼성의 장점 중 하나로 `하이브리드 구조`를 꼽았다. 우선 고수익 지향인 미국식과 기술 개발 의지가 강한 일본 기업의 강점이 잘 결합돼 있다는 것이다. 기초 연구와 응용 연구, 연구개발(R&D)과 마케팅, 가격과 품질 등 자칫 한쪽으로 편향되기 쉬운 부분에서도 삼성은 균형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삼성의 이 같은 장점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많은 한국 기업들에서도 발견되는 경쟁력으로 평가받아 요즘 일본에서는 이 같은 한국 기업 모델이 붐을 일으키며 한국 기업을 공부하는 게 유행이라고 소개했다.

한국 기업은 그동안 미국식 경영의 장점과 일본식 경영의 강점을 잘 받아들여 급속한 성장을 해왔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빠른 추격자(패스트 폴로어) 전략을 통해 미국이나 일본의 선진 기업을 앞지른 삼성은 많은 부문에서 글로벌 1등이 된 만큼 이제는 더 이상 보고 배울 대상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리더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할 새로운 미션을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일본 내 대표적인 지한파 교수로 알려진 후카가와 교수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일본 경험에 비춰 한국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후카가와 교수는 "부동산 가격의 연착륙과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확대 등 각 부문의 고부가가치화가 한국 경제에 맡겨진 과제"라고 조언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와세다대 정경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와세다대 상학연구과 박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컬럼비아대 객원연구원, 아오야마학원대 경제학부 부교수,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모교인 와세다대로 돌아왔다.

[매일경제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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