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유미씨(23)는 창업을 준비 중이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경력을 살려 디자인 관련 사업을 펼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그는 대학을 다닐 때부터 줄곧 ‘취업보다는 창업’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길이 있고, 한 살이라도 젊은 나이에 큰 도전을 해보는 것이 의미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한 뒤로는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들과 팀을 꾸려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다. 창업 관련 모임에 나가 아이템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상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과정을 돌아보니 “준비된 것이 많지 않아 아직도 불안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런 그에게 최근 든든한 지원군이 한 명 나타났다. 마음커뮤니케이션의 박진만 대표(40)가 그 주인공. 줄곧 스타트업(Start-Up) 기업이나 창업 준비생을 위한 지원을 해온 박 대표는 배씨에게 손을 내밀었다.
둘을 이어준 건 바로 벤처기업협회다.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출범을 준비하면서 청년 예비 사업가와 선배 기업인의 자매결연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배씨가 그 대상으로 선정된 것. 이날 배씨를 비롯해 10명의 청년 예비 사업가가 선배 기업인과의 자매결연이라는 최고의 기회를 거머쥐었다.
배씨는 “주변에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상대적으로 많았다”면서도 “실제로 창업을 하고 성공을 경험한 선배 기업인의 도움을 받는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번 자매결연으로 바람이 이뤄졌다”며 기뻐했다.
박 대표 역시 자매결연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는 “그동안 많은 예비 창업자를 만났는데, 우리가 추진하는 사업 모델과는 차이가 있어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 일도 있었다”며 “배씨에게 아이템 선정에서부터 투자자를 찾고 마케팅과 사업 안정화 단계까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멘토링이 창업 실패를 줄인다=사업 아이디어가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넘어야 할 두 번의 고비가 있다. 첫째는 아이디어를 실용 기술로 만들어 창업하기까지, 둘째는 제품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까지다. 이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재기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벤처의 숙명이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중소기업청은 벤처 창업 실패 조사연구를 통해 첫 고비에서 96.5%, 다음 고비에서 37~54%가 실패의 경험을 맛본다고 밝혔다. 그만큼 창업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업가의 열정만으로 고비를 넘기란 쉽지 않다. 아이템 선정부터 자금 조달, 사업 안정화 단계까지 기다리는 많은 고비에서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한 기업가는 그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정보 수집이 필수 요건인 이유다.
물론 정보의 범위는 매우 다양하다. 업무 공간이나 자금 지원 기관을 알아보는 일도 중요하다. 이는 대부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비롯한 많은 정부, 기관에서 다양한 창업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많은 선배 기업인들은 청년 예비 사업가에게 멘토링처럼 생생한 경험을 듣는 자리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수학으로 보면, 일반적인 정보가 각종 공식이라면 멘토링은 예제 풀이와 같다. 수학 문제 하나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예제를 여러 차례 풀어야 하듯, 창업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많은 선배 기업인의 멘토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멘토링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박 대표는 멘토링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사업을 바라보고 통찰력을 가지고 추진할 수 있으며, 설령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고 설명했다. 선배 기업인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멘토링이 주는 매력이다.
◇멘토링 기회, 찾아보면 많다=지난해 시작된 벤처기업협회의 ‘벤처 7일 장터(이하 장터)’는 대표적인 멘토링 기회다. 사업 아이템을 발표하고 조언을 들을 수 있다. 한 차례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도움을 받는 일도 가능하다. 엔젤투자자와의 연결도 기대할 수 있다. ‘YES리더 기업가정신 특강(이하 특강)’ 또한 멘토링을 제공한다. 장터가 초기 창업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면 특강은 대학생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선배 기업인의 창업 성공 비결을 듣고, 습작 수준인 아이디어에 대해 검증받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는 중고생까지 참여 기회를 확대했다.
선배 기업인들이 후배 양성을 위해 손수 마련한 자리도 있다. 박진만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스타트업 그리고 페이스북 엔젤 투자 클럽’을 운영한다. 이곳에는 현재 400여명이 가입해 창업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다.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모임도 연다.
이니시스 창업주인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도 초기 창업자를 위한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모임 공지를 하고, 선착순으로 참가자를 받는다. 권 대표는 “창업을 원하는 이들은 많은데 모두에게 인큐베이팅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 보니 짧은 시간이지만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극적인 태도가 성공의 지름길=선배 기업인들은 인적 네트워크 구축 또한 멘토링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선배 기업인이나 같은 처지에 있는 예비 창업가를 많이 알고 있다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며 “인적 네트워크를 쌓는 좋은 계기 중 하나가 바로 멘토링”이라고 조언했다. 멘토링을 통해 구축한 인연이 사업 진행과정에서 파트너로 이어질 수도 있다. 유사한 사업 아이템을 지녔을 경우, 멘토와 멘티의 동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장점을 누리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선배 기업인들은 특히 젊은 세대들이 멘토링과 같은 기회를 좀 더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참여할 것을 주문했다. 박 대표는 “일부 예비 창업가들은 눈앞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면 잘 어울리지 않는다”며 “순간에 얻을 수 있는 내용에만 집착하기보다 당장 실익이 없어 보여도 여러 자리에서 만든 인적 네트워크는 훗날 꼭 필요한 순간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고 아쉬워했다.
<박스> 벤처 7일 장터
“스타트업 기업인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사업 계획을 공유하고 도움을 얻는 자리가 있다면 좋을 텐데.”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은 자신의 사업 아이템이 성공 가능성을 지녔는지, 투자는 어떤 방식으로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벤처 7일 장터’는 이처럼 소소한 바람에서 출발했다. 기술·법률·수출·자금 등 각계 전문가들이 멘토로 참여, 초기 벤처 사업가를 지원한다면 제2의 벤처 붐을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함께했다. 이름 또한 과거 5일 장이 지역 사람들 교류의 장 역할을 한 것에서 착안했다. 매달 7일이면 벤처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의미를 담아 7일 장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취임 초부터 적극적으로 장터를 추진한 황철주 벤처기업협회장은 “벤처 7일 장터는 한국 벤처 생태계를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방법”이라며 “올바른 교사가 사명감으로 수업을 하듯이 멘토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7일 처음 시작된 장터는 총 일곱 번 열려, 195명의 멘토와 374명의 멘티가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구체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 이에 창업 벤처 탄생을 유도하고 제2의 벤처 붐을 조성하겠다는 벤처기업협회의 목표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행사가 만남의 장을 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부터는 아이템 상용화, 투자 유치 지원 등 창업 준비자에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변화한다. 참여 멘티가 사업 아이템과 애로사항을 발표하면 내용에 관심이 있거나 애로 해결이 가능한 멘토를 맺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허영구 벤처기업협회 부장은 “멘티의 절반 정도는 예비창업자고, 나머지 절반은 다양한 기업인”이라며 “원하는 멘토링 내용에 대해 사전 신청을 받아보니 60% 이상이 자금 조달 문제에 대한 비결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주최 측은 참석 규모를 각 회당 멘티 30명, 멘토 10명으로 한정했다. 효율적인 상담을 위해서다. 5명의 멘티가 사업발표를, 25명은 일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멘토는 선도 벤처 CEO 5명,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다.
진행방식도 체계화했다. 5명의 멘티가 각각 5분씩 사업계획을 발표하면 이후 5분 동안 현장에서 멘토와 멘티 사이 매칭이 이뤄진다. 멘토가 직접 멘티를 지명하는 방식이다. 그다음 60분은 상담이 진행된다. 매칭 멘티는 투자 및 협업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일반 멘티는 경영상의 애로사항을 상담받는다.
사후관리도 받을 수 있다. 주최 측은 만족도 평가를 통해 100명 수준의 우량 멘토 풀을 구성할 계획이다. 또 멘토와 멘티 간의 협업 및 투자연계 사례 수집을 통해 7일 장터 성과도 홍보할 예정이다.
미스 매칭 방지를 위해 멘티 모집과 멘토 초청도 분야별로 이뤄진다. 전국의 창업보육센터와 연계해 발표 멘티 모집과 엔젤투자 연결도 적극적으로 중개할 방침이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11 벤처 7일 장터 진행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