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최근들어 부품공급원이자 소비자가전 경쟁사 인 삼성전자를 상대로 거친 말을 쏟아내지만 삼성전자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등 양사가 복잡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미 일간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이 13일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그동안 IBM, 구글, 아도비 등을 상대로 경쟁사 또는 제휴사인지를 따지지 않고 독설을 서슴지 않던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2일 아이패드2 행사장에서 아이패드의 초기 경쟁제품 갤럭시탭의 매출을 변호한 삼성전자 임원을 조롱하고, 2011년을 카피캣(모방자)의 해라고 언급하면서 삼성전자를 제일 먼저 지목했다.
IT업계에서 이같은 독설은 항상 가능한 것이지만 삼성전자가 애플과 전형적인 애증관계여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칩과 디스플레이 등을 포함해 애플의 가장 중요한 부품공급업체이며, 특히 애플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두뇌에 해당하는 칩을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른바 애플의 `A4`칩의 유일한 공급업체이고, 아이패드2에 사용되는 `A5`의 공급업체일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인텔과 맞설 정도로 세계 굴지의 IT부품업체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들어가는 플래시 메모리시장의 40%를 차지, 세계 1위이지만 현재 자사 제품을 애플 만큼 잘 이용해 완성제품을 만드는 업체가 없는 만큼 애플과 관계를 지속하면서 잡스의 독설을 참아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의 애널리스트 웨인 램은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와 애플은 아이패드와 아이폰에 사용된 삼성전자의 부품 공개는 물론 자신들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거부했으며, 잡스는 애플의 기술자들이 아이패드와 아이폰을 구동하는 효율적이고 속도가 빠른 프로세서 ,즉 A4와 아이패드2를 구동하는 A5를 개발했다고 열변을 토한 바 있다.
하지만 `A4`를 분석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애플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칩의 조립을 감독하고는 있지만 칩에 사용되는 회로의 대부분을 디자인한 삼성전자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완성품이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만든 칩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
애플은 지난해 1월 `A4`를 장착한 아이패드를 만들었으며 삼성전자는 2개월 후 유사한 칩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폰 갤럭시S를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아이패드2가 삼성전자의 부품을 주로 채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비해 삼성전자가 아이패드2를 겨냥해 새로 출시할 예정인 갤럭시탭 10.1은 이와는 다르게 엔비디아의 제품을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린리그룹의 창업자이자 칩 애널리스트인 린리 그워냅은 이에 대해 "애플이 성능좋은 제품을 먼저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워냅은 애플이 앞으로 부품공급선을 다변화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로서는 잡스의 독설을 참아내면서 애플의 부품공급선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다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은 21세기에서나 가능한 복잡한 관계"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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