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반도체 및 부품 유통업체인 에스에이엠티가 3년간의 `키코`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에스에이엠티(대표 성재생)는 지난해 매출 8248억원과 영업이익 18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6.8%와 81.7% 증가한 수치다. 특히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손실 탓에 지난 2009년과 2008년 대규모 순적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채권단이 2178억원에 이르는 채무를 출자전환한데 힘입어 당기순이익도 605억원을 기록했다. 또 조만간 관리종목에서도 해제될 전망이다.
에스에이엠티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계열사로부터 반도체, 부품 등을 구매해 수많은 국내 중소기업에게 공급한다. 대기업이 인력, 비용 측면에서 직접 거래할 수 없는 중소기업을 대기업을 대신해 지원하는 형태다. 구매 결제수단이 달러화였기 때문에 환헤지 차원에서 키코에 가입했다가 2008년 키코 사태로 큰 손실을 봤다. 워낙손실이 컸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에스에이엠티가 재기할 수 없다`고 까지 말했고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성재생 에스에이엠티 회장은 키코사태가 터지자 금융기관을 고소했던 다른 피해 기업과는 다른 해결책을 추진했다. 은행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문제 해결을 함께 찾았다. 채권단이 2000억원이 넘는 채무를 지난해 출자전환한 것도 이같은 상호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계열사들은 키코사태에도 불구하고 20여년간 거래해온 에스에이엠티를 믿고 부품을 기존처럼 공급했다. 고객들도 이탈하지 않고 에스에이엠티로부터 제품을 구매했다. 비록 키코로 인해 손실은 쌓였지만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재기의 기회를 다졌다. 성 회장은 “고객이나 거래처가 이탈했다면 키코를 넘을 수 없었다”며 “20년간 쌓아온 신뢰가 키코를 극복한 근본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성 회장은 하루하루 피말리는 하루였다. 성 회장은 “한때는 월 매출보다 월 키코 손실이 컸을 정도로 앞이 깜깜했다”며 “두려움 때문에 잠을 설친적도 적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는 종교의 힘도 컸다. 무신론자였던 성 회장은 지난 2008년부터 매일 새벽기도를 통해 두려움을 극복할 힘과 마음의 평정을 얻었다. 성 회장은 “에스에이엠티는 비유하자면 말기 암환자였다가 명의를 만나 막 성공적으로 수술이 끝난 상황”이라며 “예전의 상태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또 하나의 기회라 생각하고 천천히 체력을 길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재생 회장의 기코 극복 3대 요인>
◆ 은행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문제 해결을 함께 찾았다. ◆ 20년간 쌓아온 신뢰로 고객과 거래처가 이탈하지 않았다. ◆ 종교적 신념으로 두려움을 극복했다. <에스에이엠티 연혁>
1990년 삼테크 법인명으로 회사 설립
1994년 반도체사업부 신설 및 반도체 수출 개시
1998년 중국 심천사무소 개설
2000년 코스닥 시장 상장
2004년 부품유통업계 최초 1조 매출 돌파. 2006년 삼테크에서 에스에이엠티로 사명변경 2009년 키코피해로 관리종목 지정
2010년 관리종목 해제 예정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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