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를 골자로 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이 임박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한층 더 격화되는 양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게임업계 간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학부모단체와 법제처, 미국의 소프트웨어협회까지 가세하면서 셧다운제가 청소년보호법 및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 통과 여부를 결정짓는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셧다운제 효과 미미" 반발 확산=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ESA)가 국회 법사위원과 전문위원실에 셧다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데 이어 한국입법학회도 셧다운제의 효과에 대한 연구 내용을 관련 의원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한국입법학회는 최근 게임 과몰입 규제관련 입법안에 대한 영향평가를 실시해 효과성 및 효율성을 측정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연구자들은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셧다운제 관련한 설문과 규제 효과에 대한 비용 편익 분석을 바탕으로 법적인 규제가 아닌 가정 내에서 자율적인 규제를 통해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을 막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미국의 ESA도 지난 2월 "셧다운제는 자식을 관리해야 하는 부모의 역할을 침해하는 것이며 개인정보 수집으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문제도 있다"며 국회 법사위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심의제를 이유로 현재 국내에만 게임 카테고리를 열지 않고 있는 애플과 구글도 모바일게임을 포함한 셧다운제가 실시될 경우 게임법이 통과되더라도 여전히 삭제 방침을 유지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게임산업협회 역시 셧다운제에 대한 전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은 "게임 플랫폼과 무관하게 셧다운제에 대해서는 명확히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라면서 "법안소위 전까지 국회 내외에서 업계의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셧다운제 찬성…규제는 어디까지?=셧다운제를 찬성하는 측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다만 셧다운제 대상을 PC 온라인 게임에만 한정하느냐 여부를 두고 내부에서 서로 입장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셧다운제를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여성가족부와 합의를 이뤘지만 PC 온라인 게임만을 규제대상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 이미 "인터넷 게임은 PC 온라인 게임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명시된 만큼 여성가족부와 합의된 법률안의 인터넷 게임도 같은 내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문화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여성가족부는 최근 게임이 스마트폰을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으로 전방위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모바일게임을 포함한 모든 네트워크 게임을 셧다운제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법제처가 `셧다운제 대상에 모바일 게임도 포함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여성가족부의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법제처는 여성가족위원회 최영희 위원장에게 보낸 답변서에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명시된 인터넷 게임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게임물을 약칭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학부모단체와 교육관련 시민단체 역시 문화부의 입장에 크게 반발하며 스마트폰 게임 역시 셧다운제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갈등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게임에 대한 `편견` 없애야=이처럼 게임 규제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는 게임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특정 시간대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일괄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의 이면에는 중독을 예방한다는 취지를 넘어 `심야에 온라인 게임을 하는 행위는 무조건 지양해야 할 대상`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바라보고 있다.
영화산업의 80배가 넘는 산업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게임 정책에 대한 합리적인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한국입법학회가 국회에 제출한 셧다운제 영향 분석 보고서에도 같은 이유를 들며 "(셧다운제는) 게임 과몰입 억제효과가 전무할 수도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게임 중독자들이 낮에만 게임을 하고 밤에는 숙면을 취할 경우, 혹은 낮에 열심히 공부한 청소년들이 유일한 여가활동으로 하루 30분의 게임을 즐기는 경우 등의 예를 들며 셧다운제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게임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셧다운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매출, 영업익에 거의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면서 "피로도 시스템과 같은 기술적인 접근이 오히려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영업이익률이 40%에 육박하는 `대박` 산업으로서의 단물은 즐기면서 정작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게임업계의 미숙한 사회적 인식도 게임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갈등은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게임산업이 치러야 할 일종의 성장통"이라면서 "게임의 산업적, 문화적 가치와 청소년 보호의 당위 모두 간과할 수 없는 만큼 이들을 모두 고려할 수 있는 냉철함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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