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이슈]소셜 러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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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콜로라도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칸 아카데미(www.khanacademy.org)’를 ‘위대한 선생님’이라고 극찬했다. MIT 출신의 금융인인 살만 칸이 2006년 조카의 수학 공부를 돕기 위해 유튜브에 강의를 올린 데서 출발한 이 서비스는 현재 2100여건의 강의 콘텐츠, 2000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세계적인 교육 미디어로 자리 잡았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빌 멜린다 재단과 구글은 무료로 제공되는 칸아카데미를 위해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2.2007년 서비스를 시작한 라이브모카(www.livemocha.com)는 전 세계에 흩어진 이용자가 자신의 언어를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주는 방식의 어학 학습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창기 어학 교육 전문가가 아닌 이들의 언어 교환 방식의 서비스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라이브모카는 현재 195개국, 8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타임지는 2010년 38개의 언어를 온라인상에서 배울 수 있는 이 서비스를 50대 웹사이트의 하나로 꼽았다.

 

 교육전문가가 아닌 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타인과 공유하고 싶다는 순수한 동기에서 시작한 소셜 러닝이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교육 형태로 주목받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소셜 러닝은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구분과 교실의 경계가 무너지고, 누구나 소셜 미디어에서 가르침을 주고받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협업’과 ‘공유’의 정신이 소셜 러닝을 구성하는 핵심이 되는 것이다. 좁은 의미에서는 기존의 학교·직무 교육에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교육 효과를 높이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빙 햄 전미교육협회(ASTD) 회장은 연례 콘퍼런스에서 “대학교육이나 기업의 직무교육 등 모든 인재 개발 교육은 소셜 미디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렸다”며 인터넷·모바일·트위터 등을 활용한 양방향 비정형화(informal) 교육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0년 이후 입시, 직무 교육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인터넷 강의가 활성화된 우리나라에서는 소셜 러닝을 새롭지 않은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교육자와 피교육자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인식과 점수가 중요한 평가 기준인 교육 환경에서 비전문가가 중심이 된 소셜 러닝의 교육적 가치 역시 폄하되고 있다. 하지만 평생 무언가를 배우며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소셜 러닝은 교육의 미래 풍요롭게 하는 잠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소셜 네이티브와 호모 나랜스, 소셜 러닝의 중심=동료들과 뭉쳐 지식을 생산하고 알리는 것은 비단 최근의 현상은 아니다. 근대적 교육 형태와 학교가 자리잡기 전의 모든 교육은 먼저 체험한 자들의 지식을 공유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소셜과 모바일이 ‘협업(collaboration)’과 ‘공유’라는 원초적 교육 형태와 만나 소셜 러닝이라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열고 있다.

 소셜 러닝이 힘을 발휘하게 된 데는 24시간 가상과 현실에서 관계형 커뮤티니에 익숙해진 소셜 네이티브의 등장과 맞물려 있다. 2000년 이후 국내외 학교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는 교실에서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이었다. 수업 중에 끊임없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학생들을 제어하기 위해 등교 후 휴대폰을 수거하거나 수업 중 휴대폰 사용 시 행동발달 점수를 주지 않는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기도 했다. 하지만 휴대폰과 그곳에서 소통이 전기 사용처럼 일상이 된 소셜 네이티브에겐 무조건적인 금지는 오히려 불만만 키웠다. .

 이런 소셜 네이티브를 자극하기 위해 그들이 익숙한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서 소셜 러닝의 다양한 실험이 시작됐다.

 핀란드의 이동통신사인 노키아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엠시트(MXit)와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수학 교육을 작년 5월 도입했다. 30개 학교에서 학생들은 휴대폰으로 실시간으로 교사와 질의 응답했고, 호응을 얻었다. 매셔블은 교육 현장에서 소셜 미디어가 학생의 참여를 유도해 협업의 효과를 높이고 한 때 교육 현장에서 적으로 여겨진 휴대폰의 활용을 높임으로써 교육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소셜 러닝의 확산에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인간 ‘호모 나랜스(homo narrans)’의 역할도 크다. 호모 나랜스는 강력한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디지털 미디어로 공유하고 풀어내는 사람들을 의미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호모 나랜스를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입소문 내는 역할 정도만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호모 나랜스들이 소셜 러닝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인 유데미(Udemy)는 호모 나랜스의 집합소다. 자신이 직업 및 생활에서 쌓은 전문 지식을 5분 이내 짧은 동영상으로 공유하는 이 서비스에는 웹 개발에서부터 영어 학습, 요가까지 다양한 호모 나랜스들이 풀어 놓는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다. 이용자들은 단순히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자신의 학습 내용을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공유하면서 배움의 경험을 확대해 나간다.

 영국 BBC가 10대들의 창의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도한 블래스트 프로젝트 역시 호모 나랜스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블래스트 프로젝트에 참여한 10대들은 소설, 패션, 게임 등 예술 분야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이를 온라인 채팅과 같은 협업으로 개선, 발전시켜 자신만의 예술을 창조했다. 예술 교육에서도 소셜 러닝의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기술은 수단일 뿐=모바일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기술적 진보 역시 소셜 러닝 확산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기존의 온라인 강의와 다르게 소셜 러닝 콘텐츠는 5분에서 20분 미만의 짧은 강의로 구성돼 있다. 개인화된 콘텐츠 제작 환경에 맞춰진 변화다.

 동영상 중심에서 슬라이드, 텍스트 등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노트북PC에 기본 탑재된 카메라, 온라인 공간에서 다양하게 제공되는 무료 소프트웨어, 저렴한 비용의 저장·전송 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가능해진 것이다.

 SNS와 소셜 미디어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해 사람들이 손쉽게 교육에 접근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여기에 모바일 인터넷의 확산은 교육 콘텐츠를 스마트폰에 담아 언제 어디서나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학습 형태 자체를 바꾸고 있다. 소셜 러닝 콘텐츠를 제작, 유통하기 위한 기술들 중 처음부터 교육을 위해 개발된 것은 없다. 지식 공유와 배움의 욕구가 파편적으로 발전해온 기술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소셜 러닝이 가능한 환경을 창출한 것이다.

 

 ◇교실의 미래, 교육의 미래=이처럼 소셜 러닝의 확산은 교육과 교실 모두에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에서 미래 교실에 대한 논의는 디지털 교과서, 전자칠판, 태블릿PC와 같은 인프라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란 큰 패러다임은 바뀌지 않은 채 기기만 도입하는 형태다.

 전문가들은 미래의 교실이 지식을 주입하는 공간이 아니라 지식을 검색하고 협업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공간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바뀌는 환경에서는 교사의 역할도 새롭게 정립되야 한다. 쌓인 지식을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흩어진 지식을 효율적으로 수집하고, 선별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 역시 소셜 러닝 시대를 사는 교사에게 기대되는 역할이다.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은 자연스럽게 교실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소셜 러닝은 평생 교육의 관점에서도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인생 이모작을 이야기하는 시대가 왔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고령층의 새로운 사회 활동을 독려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하다. 인터넷 이용과 소셜 미디어 접근이 대부분의 세대에게 보편적인 활동으로 자리잡게 되면, 소셜 러닝이 이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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