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주도하는 ‘대리점형 전자책(e북) 가격 책정 기준’에 저항하는 출판업계의 마지막 보루였던 랜덤하우스가 백기를 들었다. 자사의 e북을 배급하는 인터넷 소매(대리)점에 판매가의 30%를 내줄 전망이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랜덤하우스가 곧 애플의 대리점(agency)형 e북 가격 책정 체계에 편승한다.
애플의 e북 가격 책정 기준은 매출(판매가)의 30%를 소매(대리)점이, 나머지를 출판업자가 갖는 구조다. 지난해 미국 내 6대 출판사 가운데 5개사가 애플이 제시한 e북 가격 책정 체계를 선택한 가운데 랜덤하우스마저 저항을 포기할 조짐이다.
이 같은 변화는 애플의 스마트패드(태블릿PC) ‘아이패드’가 이끈 것으로 보였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패드’가 e북 판매량을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되자 미국 내 5대 출판사가 애플의 온라인 서점 ‘아이북스토어(iBookstore)’에 입점했다. e북 매출의 30%를 애플에 내주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2일 공개될 것으로 알려진 ‘아이패드2’가 이러한 변화에 속도를 더할 전망이다.
랜덤하우스는 최근까지 애플 ‘아이북스토어’에 합류하지 않은 채 전통적인 책 도매가격체계에 고착했다. 하지만 시장 흐름을 돌리지 못한 채 자사 e북 가격 전략을 바꾸게 됐다.
랜덤하우스 측은 가격 전략 전환에 따라 1만7000여 e북 타이틀을 애플 ‘아이북스토어’를 통해 판매할지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애플 쪽도 랜덤하우스의 움직임에 대해 따로 논평하지 않았다.
스튜어트 애플바움 랜덤하우스 대변인은 가격 전략 전환에 힘입어 “e북 판매량이 증가하고, 소비자의 디지털 독서 경험이 넓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출판업계는 “애플의 e북 가격 책정 기준이 소매가 할인 여지를 사실상 제거하고, 소매(대리)점의 이익을 보장하는 체계”라고 비난했다. “e북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소비자 불만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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