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경영노트]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사장 "제품 명줄은 판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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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제품만 만들면 저절로 팔릴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더 중요한 게 판로, 즉 유통이었습니다. 중소기업은 제품에 앞서 유통망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야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사장(47)의 답변은 의외였다. 경영 선배 입장에서 후배 CEO에게 조언을 부탁했는데 당연히 제품력을 꼽을 줄 예상했지만 돌아온 답은 판로였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쓴 비용보다 유통 노하우를 얻기 위해 쏟아 부은 수업료가 훨씬 더 컸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성공한 여성 CEO로 잘 알려진 한 사장은 ‘스팀 청소기’라는 세상에 없는 제품으로 국내 생활 가전 시장의 지형을 바꿔 놓았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스팀청소기 점유율 70%, 스팀다리미 점유율 60%로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외 시장에 공급한 스팀 청소기는 무려 1000만대에 이른다. 2008년에는 미국 홈쇼핑 채널인 QVC에 제품을 공급해 스팀 청소기 전량 매진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800개 매장을 보유한 미국 대표 백화점 ‘메이시스’와 입점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에 매장을 개설하는 성과를 올렸다.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은 누구나 제품을 고민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품도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면 말짱 헛일입니다. 제품 출시 이후 어떻게 이를 알리고 팔 수 있는 채널을 만드느냐가 결국 시장에서 승부를 가립니다. 제품 못지않게 유통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 사장은 1999년 회사를 설립하고 원하는 제품이 나오기까지 무려 3년이 걸렸다. 제품이 나왔을 때 이제 고생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부터가 고생 시작이었다. 어떻게, 어디서부터 팔아야 할지 막막했다. 입소문이 나고 홈쇼핑 방송을 타면서 대박이 났지만 초기 판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할 때를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다.

 내부 직원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모은 것도 성공의 밑거름이었다. 일명 ‘아이디어 경영 제도’의 정착이다. “좋은 제품은 결국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합니다. 아이디어는 시간과 투자의 결과입니다. 무작정 아이디어를 내라고 요구하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주고 끊임없이 자극하는 게 중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에는 파격적인 대우로 보상해 줘야 그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실제로 다양한 내부 아이디어 제도가 자리를 잡았다. 1000만원 상금을 내건 팀 제안 제도 ‘프로젝트팀’, 500만원 상금을 걸고 개인이 제안하는 ‘씽크 타임’, 매출 1%를 지급하는 ‘직원 아이디어 공모전’,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성과를 내는 직원에게 주는 ‘1억원 성과 포상제도’ 등 수많은 혁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뿐 아니다. 모든 직원은 매주 금요일 4시부터 1시간은 업무를 보지 않는다. 복장도 이날은 자유다. 대신 새로운 아이디어를 그룹웨어에 올려야 한다. 이렇게 쌓인 아이디어가 벌써 수백건이다.

 “최근에는 신입사원을 중심으로 ‘체인지 에이전트(Change Agent)’라는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매년 새로 들어오는 신입 직원이 조직에서 제품, 사업까지 불합리하고 개선해야 할 점을 찾아서 자발적으로 제안해 고치는 것입니다.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우므로 이를 고쳐 보자는 취지인데 내부에서 반응이 좋습니다. 다소 엉뚱한 제안도 있지만 그만큼 새로운 시각에서 보기 때문입니다.”

 한 사장은 “아이디어를 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게 더욱 중요하다” 며 “아이디어를 낸 후 실행하는 과정을 시스템으로 구축해야 놓아야 비로소 회사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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