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예측 불확실성 제거하려는 의도
미국 월가(증권업계)가 가장 앞에 나서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고별식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잡스의 갑작스런 병가에 당황한 여러 투자자를 달래는 데 급급했던 월가가 ‘시장 질서를 바꾸는 인물(market changer), 잡스’의 퇴장을 종용해 주식 투자 예측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뜻으로 읽혔다.
20일 미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18일 건강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잡스가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CEO와 함께 경제 활성화와 높은 실업률 해결책을 찾으려는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잡스의 6주 시한부 삶’ 보도를 다소 희석시켰지만 월가로부터 여러 부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백악관이 인적이 드문 개인 저택에서 모임을 비공개로 진행한 탓에 회의 석상에서 스티브 잡스가 어떤 의견을 제시했고 몸 상태가 어떤지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다.
특히 보스턴헤럴드닷컴은 지난 18일 “스티브 잡스가 없더라도 애플은 건강할 것”이라는 월가 시장분석가들의 예측을 전해 시선을 모았다. 잡스의 예기치 못한 병가 소식에 당황해 일부 투자자를 잃었으되 하루빨리 애플로부터 야기되는 시장의 예측 불확실성을 빨리 제거하려는 뜻으로 풀이됐다.
보스턴헤럴드닷컴은 항암 투병으로 초췌해진 잡스로 추정되는 사진과 함께 ‘그의 6주 시한부 삶’ 가능성을 처음 전한 내셔널인콰이어러를 ‘슈퍼마켓 타블로이드’로 깎아내렸으되 월가의 걱정을 보도하는 등 혼란에 빠진 미 미디어·증권업계의 상황을 그대로 전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오바마의 실리콘밸리 ICT 기업 CEO 회동에는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에릭 슈미트 구글 CEO,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 캐롤 바츠 야후 사장, 존 체임버스 시스코시스템스 회장, 딕 코스톨로 트위터 CEO,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대표, 아트 레빈슨 지넨테크 회장, 스티브 웨스틀리 웨스틀리그룹 창업자를 비롯한 벤처기업 경영자 12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7일 회동에 앞서 “지난 수십 년간 미국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한 (벤처기업) 경영자들이 앞으로도 계속 많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는 논평을 내어 스티브 잡스와 관련한 여러 해석을 경계했다.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일상적인 만남이었음을 강조해 확대 해석 가능성을 사전에 경계한 것이다.
잡스는 2004년과 2008년 췌장암 수술을 받은 뒤 체중이 빠져 고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9년 간을 이식한 뒤 체중 저하에 호르몬 이상까지 겹쳐 그해 연례행사인 ‘맥월드 쇼’에 참석하지 못한 채 6개월간 병가를 내기도 했다. 잡스는 지난달 17일 갑작스런 병가 소식을 전한
뒤로 굵직한 경영전략 결정을 했으되 세부 업무를 팀 쿡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맡긴 상태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