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너무 올라서 조금이라도 싼 제품에 눈이 가요. 상대적으로 저렴한 PB 제품을 많이 삽니다."
이재민 씨(38ㆍ서울 용산구 동자동)는 16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롯데 자체브랜드(PB) `와이즐렉 자른당면`을 구매했다. 기존 브랜드인 오뚜기 옛날자른당면(4800원)보다 절반 이상 싼 2140원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이 대형 유통업체가 자체적으로 기획ㆍ생산한 PB 제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상품 품질과 인지도 면에서 기성 브랜드들에 비해 뒤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PB 제품이 물가 상승에 힘입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롯데슈퍼에서는 PB 우유인 `와이즐렉 세이브 우유` 판매량이 기존 우유 업체인 서울, 매일, 남양 3사 제품을 뛰어넘었다. 와이즐렉 우유는 롯데슈퍼 우유 매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구제역 확산에 의한 젖소 살처분 조치로 가격 상승과 부족 현상을 빚으면서 소비자들이 유통마진을 최대한 줄여 상대적으로 저렴한 PB 제품을 구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달 들어 16일까지 롯데슈퍼 내 와이즐렉 세이브 우유(500㎖)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2.1% 신장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가격이 오르고 있는 계란의 경우 같은 기간 PB 제품 판매량이 110.7%나 늘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지난 1월 PB 제품 매출 신장률이 17.8%로 크게 증가했다"며 "과거와 달리 소용량, 저가격 위주의 PB 상품 매출이 뚜렷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PB 제품도 그 어느 때보다 잘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의 1월 전체 매출 중에서 PL(자체브랜드ㆍPB와 같은 의미) 상품 비중이 28%를 차지했다. 지난해 24%에 비해 4%나 올랐다. 설 선물세트, 제수용품 판매를 제외하고 PL 매출이 15% 이상 늘었다.
홈플러스의 1월 PB 제품 매출도 물가 상승에 힘입어 19.1% 신장했다. 설 선물세트로 고객들이 주로 구매하는 참치캔도 PB 상품 매출이 20% 가까이 올랐다. 최근 물가관리 품목으로 거론되는 유아용 기저귀의 경우 PB 매출이 30% 이상 올랐다. 롯데마트도 전체 매출 중 PB 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작년 말 22%에서 올 1월 24.7%로 증가했다.
대형마트들은 PB 제품을 통해 유통 단계에서 마케팅 비용을 줄여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형마트는 상품 질에 따라 다양한 등급을 매겨 PB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2007년부터 PL 제품을 선보였던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고급 `베스트` △중급 `이마트` △저가 실속형 `세이브` 세 가지 등급으로 PL 제품을 출시 중이다. 홈플러스도 △프리미엄 △좋은상품 △알뜰상품 등으로 브랜드를 차별화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물가 상승으로 품질보다 저렴한 상품을 찾는 풍조가 늘면서 이번 계기로 PB 제품이 소비자들 사이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상익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 연구위원은 "독일 알디와 같은 하드디스카운트스토어의 경우 80~90%가 PB 제품"이라며 "PB 제품의 품질만 유지된다면 대형마트의 PB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용어설명
PB(자체브랜드ㆍPrivate Brand) 제품=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유통업체가 자사 고객에 맞게 독자적으로 기획ㆍ개발ㆍ생산한 제품을 말한다. PB 제품은 유통업체가 협력업체에 생산을 위탁하거나 직접 생산해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
[매일경제 차윤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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