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으로 차세대 반도체 만든다

신소재로 주목받는 그래핀으로 차세대 반도체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한국인 연구팀이 처음 밝혀냈다.

미국 로런스버클리 국립연구소 전기준 박사와 이종운 울산과학기술대(UNIST) 교수, 박철민 금오공대 교수 연구팀은 화학적인 처리를 통해 그래핀을 반도체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내용은 나노 분야 대표 저널인 `ACS NANO`에 최근 게재됐으며 국제특허도 출원됐다.

그래핀은 탄소원자 한 층으로 구성된 물질로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한 소재 중 가장 얇고 튼튼하다.

이 나노물질은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며 두께는 약 0.5㎚(1㎚=10억분의 1m)다. 또 실리콘보다 전기전도성이 100배 이상 빠르다. 투명하고 휘거나 늘려도 특성이 변하지 않아 휘는 디스플레이와 고효율 태양전지, 실리콘을 대체할 초고속 반도체 등을 구현할 수 있는 꿈의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은 연필심(흑연)에서 그래핀을 처음 발견한 과학자가 수상했다. 그만큼 그래핀의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셈이다.

그래핀은 전기가 잘 통하지만 반도체 특성(전기 스위치처럼 전기를 흘렸다 안흘렸다 할 수 있는 특징)을 안정적으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연구팀은 이번에 불소처리를 통해 그래핀을 반도체로 만들 수 있음을 밝혔다. 이로써 실리콘 반도체소자를 대신할 가능성과 함께 LED로 사용할 수 있음을 보였다. 전기준 박사는 "그래핀은 금속과 같은 완전도체(밴드갭 0)여서 반도체 소자로 개발하는 것은 난제로 꼽힌다. 반도체로 활용하려면 밴드갭(띠간격)이 있어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스위치 구실을 해야 하는데, 이 밴드갭이 없다는 게 단점"이라며 "이 때문에 반도체 소자로 응용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 박사는 이어 "지금까지 그래핀을 반도체로 만들기 위해 제시된 방법은 실험실에서나 가능한 수준이었다. 또 그래핀의 반도체 특성 구현과 관련해 영국 맨체스터대학 연구팀과 미국 해군연구소 등에서도 연구논문을 발표했지만 가능성만 보여줬을 뿐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우리 연구팀은 복잡하고 값비싼 공정 없이 일반 반도체 공정에서 활용하는 불소처리로 반도체 구현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불소로 처리한 그래핀 띠간격(밴드갭)이 3.8이라는것을 증명하고 또 띠간격을 조절할 수 있음을 보였다고 밝혔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해결할 과제가 많다.

■용어

그래핀(Graphene)=연필심에 쓰이는 흑연을 뜻하는 `그래파이트(Graphite)`와 화학에서 탄소 이중결합을 가진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인 `ene`을 결합해 만든 조어다. 전기적ㆍ물리적 특성이 우수한 신소재로 휘는 디스플레이와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매일경제 심시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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