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먼 곳을 보며 멀리 뛰는 연구개발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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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의 빠름이 찰나와 같다던가. 새해를 맞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2월 중순이다. 그래도 아직 봄은 멀고, 움츠린 어깨로는 뻐근함이 느껴진다. 요즘 뉴스를 보며 느끼는 마음도 무겁기는 매 한가지다. 정치는 접점도 없이 겉도는 것 같고, 구제역 동티는 전국 산하와 농심(農心)에 짙게 배어 있다. 과학비즈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등에서 갈라진 국민 갈등도 크게만 보인다. 조만간 동장군도 물러날 터인데, 아직은 어느 것 하나 녹록치 않아 보인다.

 나라 안의 침울한 뉴스들을 떨쳐낼 강남 제비의 따스한 봄소식은 무얼까.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보는 것은 새해 업무를 본격 실행하기 때문이다.

 연구개발특구는 예년과 전혀 다른 여건에서 새 출발한다. 올해는 지난 2005년 대덕연구개발특구 출범 이후 만 5년 만에 수립된 2차 육성계획이 추진되는 첫해다. 대덕과 더불어 광주와 대구가 연구개발특구로 추가 지정되어 출발하는 해이기도 하다. 기관 입장에서는 대덕은 물론, 광주와 대구를 아우르는 컨트롤 타워로써 위상이 강화됐다.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하고 세부 업무를 확정하면서 내심 마음을 다잡아보게 되는 것은 그만큼 역할이 커지고, 책임이 막중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예산은 빠듯하다. 그래도 최대한 예산을 절감하면서 기술개발→사업화→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일 방침이다.

 공공기술사업화, 첨단기술기업 육성은 물론, 이같은 사업성공의 기초가 되는 경영지원, 교육, 네트워킹 촉진사업도 다양하게 전개할 예정이다. 광주, 대구특구와 대덕의 기술역량, 사업화경험을 연계하는 허브-스포크(Hub & Spoke)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나아가 해외R&D센터 유치, 한국형 STP(Science Technology Park) 모델의 개도국 수출 등 세계와 호흡하고 교감하는 아웃바운딩 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가질 생각이다.

 이이제이(以夷制夷)랄까. 밖에서 벌어 안을 살찌우는 시장개척에 특별히 관심을 두는 것은 그동안 축적해온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 기대감 때문이다.

 “한국을 배우고 싶다는, 과학기술을 육성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한 비결을 알려 달라.”는 문의가 후발 개도국을 중심으로 잇따르고 있다.

 특구 출범이후 우리가 전수한 개도국 대상 지원성과도 괄목할 만하다.

 대덕연구단지 건설·운영 사례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사이언스파크 모델(STP) 전수교육에 참여한 개도국 전문가는 ‘08년 13개국 18명, ’09년 14개국 17명, ‘10년 21개국 39명에 이른다.

 이들 교육생은 우리로 치면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각국 정부에서 경제 및 과기분야 국가아젠다를 제시하고 정책수립에 관여하는 공무원 들이다.

 교육생 배출이 한국형 사이언스파크, 혁신클러스터 모델 확산의 미래 전도사 양성(?)이라면 우리가 이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창출하는 다양한 협력, 노하우 수출사례는 더욱 실질적인 것이다.

 이미 ‘09년 튀니지와 이집트 STP 조성 컨설팅, ’10년 한-카자흐스탄 과학단지 조성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새해 들어서도 벌써 에콰도르와 몽골이 협력을 구하는 등 특구모델 전수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조만간 한-카자흐스탄 기술협력센터도 개소 예정이다.

 금년 5월 대전에서 개최예정인 국제혁신클러스터(ICIC) 컨퍼런스는 우리의 좋은 경험을 소개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작은 기회가 될 것이다. 먼 곳을 보며 멀리 뛰는 연구개발특구의 2011년 희망을 생각해본다.

 이재구 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이사장 jglee7@kic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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