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시스템스가 미국 월가(증권업계)에 실망을 안겼다. 굴지의 통신망(네트워크) 장비업체이자 나스닥 지수에 큰 영향을 비치는 시스코가 흔들린 탓에 세계 정보통신기술(ICT)업계의 촉각도 곤두섰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시스코의 2011 회계연도 2분기(11~1월) 이익이 15억달러로 1년 전(19억달러)보다 18%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매출이 104억달러로 1년 전(98억달러)보다 6%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추락해 네트워크 스위칭 장비시장 경쟁이 날로 심화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시스코는 3분기(2~4월)에도 매출이 4~6%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HP 등과 벌이는 경쟁 부담으로 인해 판매수익(마진)이 계속 하락할 전망이어서 월가를 불안에 떨게 했다. 시스코의 2분기 총 마진은 62.4%로 1분기(64.3%)보다 1.9%포인트 하락했다. 올 3~4분기(2~7월) 총 마진도 62~63%까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실망스러운 사업 실적과 전망에 주식가격도 넘어졌다. 9일(현지시각) 나스닥의 시스코 주식 거래마감가격이 22.04달러였는데, 시간 외 거래(after-hours trading) 9% 가까이 하락한 20.14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존 체임버스 시스코 최고경영자(CEO)가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주요 제품 판매량 하락을 예측한 데다 앞으로 여러 분기에 걸쳐 미 정부(공공기관)의 장비 주문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월가의 불안을 키웠다.
최근 시스코의 경쟁사인 주니퍼네트웍스가 26%나 오른 판매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진 데다 EMC, IBM 등도 분기 매출과 이익이 좋은 전해져 시스코가 더욱 위축됐다.
존 체임버스 CEO는 “우리는 더 잘할 필요가 있다”며 “작금의 실정을 돌아보고 장차 (같은 어려움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회사가 더 강해질 것”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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