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두 가지 발표문을 준비했는데 이것을 읽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재성 엔씨소프트 상무는 준비된 발표문 중 하나를 읽어 내려갔다. 지난 8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프로야구 제 9구단 창단 우선협상자로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를 승인했다. 8구단 체제가 된 지 20년만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번 창단을 준비하면서 미국 시애틀 매리너스 구장과 일본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찾아가 IT기업의 구단 운영도 배웠다.
이 상무는 “해외에서는 소프트뱅크·닌텐도·라쿠텐 등 IT기업이 이미 프로야구 구단을 소유하고 있다”며 “국내 벤처기업에서 먼저 구단을 하고 있었다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몇 해 전부터 더 이상 PC 온라인에서만 머무를 수 없는 환경변화를 느꼈다. 자체 개발한 온라인 게임 ‘리니지’와 ‘아이온’으로 2009년에만 4525억원의 매출액을 거둬들였지만 혁신이 필요했다. 야구단 운영은 단순히 기업의 홍보수단의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이 상무는 야구와 IT 기업의 만남은 콘텐츠간 결합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야구는 현실도 게임도 모두 국내 리그가 인기입니다. 또 야구의 초상권을 가지고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한 것도 국내에서 게임이 처음입니다. 선수나 구단 후원도 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확실한 지식재산권(IP)이 필요했죠.”
야구는 ‘협업’을 내세우는 엔씨소프트의 기업문화와도 일치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오케스트라’같은 협업의 중요성을 기업의 화두로 삼았다. 이 상무는 “야구에는 희생이란 말이 있다”며 “희생타, 희생번트, 모두 팀플레이를 강조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때마침 뜨거운 프로야구의 열기와 지방자치단체의 활발한 야구단 유치 움직임도 힘을 보탰다. 안산시가 돔구장 건설안을 내놨고 대구도 새 야구장 부지를 선정했다.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은 연고지 창원시였다.
지난해 통합창원시의 출범으로 인구 110만의 광역시가 탄생했다. 창원시는 마산·창원·진해 지역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문화가 야구라고 생각했다. 창원시민 1000명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10명 중 9명꼴인 88.3%가 창단을 지지했다. 창원시는 2015년까지 총 1200억원의 시 예산을 투자해 최신식 야구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그 동안 기존 마산구장을 100억원을 들여 재건축하고 2014년까지 전용구장으로 사용한다.
새로 들어설 야구장은 시설부터 운영까지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들어진다. 야구선수와 똑같은 눈높이에서 볼 수 있는 좌석부터 구장투어도 가능하다.
엔씨소프트도 온라인으로 쌓아온 노하우를 발휘해 게임과 연동한 이벤트나 전용 애플리케이션 제작 지원 등에 나설 계획이다. 물론 야구 게임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창원을 야구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상무는 “경기의 성적보다 얼마나 즐거운 경험을 주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엔씨소프트의 도전이 새로운 성공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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