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앨롭 노키아 CEO가 11일 새로운 모바일 전략 발표에 앞서 노키아를 좌초하는 타이타닉호와 같은 상태(불타는 플랫폼)로 규정하는 등 통렬한 자기반성을 했다. 시간도 놓쳤고 소비자의 마음도 잃었다는 것이다.
앨롭 CEO는 9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새 모바일 전략 발표에 앞서 비장한 심정을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 비즈니스 부문 사장이던 그는 지난해 9월 노키아의 구원투수로 전격 영입됐다.
앨롭 CEO는 "지난 수개월 동안 주주, 이동통신사, 부품사, 직원 등으로부터 얘기를 들은 결과 무엇을 깨닿고 어떤 결론을 내렸는지 말씀드리려 한다"며 편지를 시작했다.
그는 "우리(노키아)가 불타는 플랫폼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노키아를 대규모 폭발로 인해 화염에 휩싸인 북해의 석유 굴착 플랫폼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시추 플랫폼에 있으면 불에 타 죽고, 이를 피하려면 얼음 바다로 뛰어들어야 한다. 근무자는 죽지 않기 위해 뛰어내렸고 운좋게 구조된 후 플랫폼이 불타고 있었기에 과감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우리가 그 사내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냐"고 비장한 심정을 밝혔다.
앨롭 CEO는 석유 시추 플랫폼을 휘감싼 `불길`과 같은 존재로 애플과 구글 그리고 중국의 저가 휴대폰을 꼽았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 2008년 노키아가 장악한 고가 스마트폰 점유율이 25%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61%로 뛰었다. 구글도 시장에 공개된지 2년만에 앱 개발자와 서비스 업체, 휴대폰 제조사를 끌어들이는 생태계를 완성하며 고가 스마트폰은 물론 중저가, 저가 스마트폰 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앨롭 CEO는 특히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중국 업체를 언급하며 "우리가 파워포인트 자료를 다듬는 순간 중국 업체는 제품을 내놓는다. 빠르고 싸게 만들어 위협해 당황스럽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쟁사들이 시장에 불길을 던지는 동안 우리는 대세를 놓쳤고 시간을 잃었으며 경쟁력은 뒤처졌다. 책임감과 리더십이 부족했고 내부에서 협력을 하지도 않았다"고 스스로 비판했다.
그러나 앨롭 CEO는 이 같은 상황이 `바닥을 쳤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새 길을 뚫고 있다. 좋은 기회를 잡았다. 합심하면 우리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고 직원에게 동기부여를 했다. 노키아는 11일 새로운 모바일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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