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서민물가안정 대책 `주먹구구`

 기획재정부가 서민물가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발표한 통신 분야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가격인하 방식 재검토’ 방안이 논란을 낳고 있다. 이 방안이 제기된 배경을 놓고 업계는 물론이고 정부조차도 어리둥절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이렇다. ‘(통신비 인하를 위해) 관련 부처에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가격인하 방식을 재검토하는 등 가격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해 줄 것을 당부했다’는 것이다.

 이를 방통위와 업계에서는 현행 통신요금에 대한 인가제를 폐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요금인가제는 재정부가 알고 있는 그것과 다르다.

 통상 정부의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요금인가는 통신사업자 요금 인상을 규제하는 성격으로 사용돼왔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약탈적 요금제를 방지한다는 차원은 있으나, 지금까지 사례로 볼 때 요금인가제는 가격을 낮추는 효과는 있어도 가격을 인상하는 효과는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이동통신 분야 시장지배 사업자인 SK텔레콤 측은 “인가제가 폐지된다면 새로운 요금제를 보다 신속하게 선보일 수 있고 인가 과정에서 경쟁사에 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좋다”면서도 “가격인하 효과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재정부 요청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조차도 ‘과연 인가제 폐지가 (통신요금) 인하 방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인가제는 인하를 위해 하는 것이지 인상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도한 자유경쟁에 따른 인하효과보다는, 역으로 인가제를 폐지하면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통신비가 높다는 이야기가 많아 일단 화두를 던진 것이다. 이슈화해 논의하자는 차원”이라며 꼬리를 내렸다.

 재정부는 통신비의 경우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8%인 점을 감안할 때 통신비를 낮추는 것이 서민들의 생계비 부담을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하지만, 그동안 통신산업의 생산성 향상에 비해 가격 하락이 미진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는 “물가 안정 논의가 나올 때마다 1년에 한두 번씩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것이 통신비”라며 “통신시장 환경 등을 모두 고려하는 담당부처는 요금이 납득할 만큼 내렸다는 입장인 것으로 아는데 매번 도마에 오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차세대 통신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야 하고, 성장 정체기를 맞고 있는 통신업계로서는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이날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통신비는 지속적으로 인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인한 데이터통화 사용 등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이에 따른 이용요금이 증가해 통신비 인하가 미진한 것으로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가계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통신비 지출 감소를 위해 올 1분기 안에 무료통화 시간 확대, 노인층과 학생층에 대한 스마트폰 요금제 도입 등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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