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삼성전자 대변신] (중) `소프트 파워`에 무게 중심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삼성전자 미국 특허 등록건수

 삼성전자와 IBM은 9일 특허를 상호 공유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지식재산권 시장에서 두 회사의 위상을 놓고 볼 때 의미심장한 일이다. 삼성과 IBM은 수년간 특허 등록건수에서 1, 2위를 다퉈 왔다. 이들 업체가 특허를 공유하면 신사업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적잖은 부수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삼성전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문이 특허·지식 재산을 담당하는 부서다. 삼성은 올해 IP조직을 크게 확대했다. 불과 2년 전 지식재산 담당 분야는 법무와 지식재산 등 고작 두 팀이 전부였다. 이어 삼성은 2009년 전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이었던 김현종씨를 사장으로 영입하면서 보강에 나섰다. 중량급 인재를 데려왔지만 하부 조직은 여전히 미흡했다. 올해 흩어졌던 IP조직을 하나로 묶어 시너지를 높이고 팀도 세분화해 전문성을 크게 높였다. 인력도 크게 보강했다.

 IP팀은 ‘IP센터’로 격상했다. IP전략팀을 맡았던 안승호 전무는 부사장급으로 승진했다. 이뿐 아니다. 경영지원실장을 맡고 있는 윤주화 사장이 직접 관할하는 형태로 위상을 높였다. 이전에 IP전략팀은 종합기술원 산하 조직이었다. 기술원의 간접 지원 조직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윤 사장에게 맡기면서 보다 현업에 가깝도록 체계를 바꾼 것이다.

 팀도 훨씬 세분화했다. 법무와 IP 조직이 혼재하던 상황에서 해외법무팀과 통상팀을 해외법무담당으로 일원화하고 IP센터에는 IP전략·라이선스·기술 분석·IP법무팀으로 업무 영역을 확실히 구분지었다. 불과 2년 전 팀 수준에서 센터로, 책임자도 전무에서 사장급으로 2~3단계가 올라간 것이다.

 이는 삼성의 높아진 위상을 겨냥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최근 글로벌 시장의 선두업체로 위치를 굳히면서 특허전문회사는 물론이고 글로벌 업체의 공공연한 견제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만큼 특허 공세도 거세지면서 크고 작은 분쟁에 시달려 왔다. ‘뉴 삼성’ 조직에서는 특허 공세에 효과적으로 방어하면서 공격적인 특허 전략을 구사하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연구개발 분야도 크게 손질했다. 전통적으로 강했던 제조와 마케팅에서 IP·기획·기술 등 소프트 파워에 무게를 실었다.

 삼성의 5년 이후 먹거리를 책임지는 종합기술원의 조직 변화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종합기술원은 올해 소재기술연구소를 새로 신설했다. 이전에 종기원은 퓨처IT·머티리얼 & 디바이스·이머징 테크놀로지의 크게 3개 연구소에, 소재기술과 혁신기술개발센터를 두었다. 소재기술센터를 연구소로 격상하면서 산하에 태스크포스를 신설해 소홀했던 소재와 재료 분야에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하드웨어인 완제품은 결국 부품소재와 같은 기반 인프라가 갖춰졌을 때 경쟁력이 살아난다는 판단이 주효했다.

 이에 앞서 이뤄진 삼성 인사에서는 김순택 실장(부회장)을 필두로 ‘기획통’ 인력을 대거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이전 삼성의 강점이었던 ‘재무’가 돈의 흐름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쪽이라면 기획은 일을 만들고 돈을 쓰는 쪽이다. 결국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기획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며 이에 걸맞게 조직도 새롭게 정비했다는 평가다.

 

 

 <표>최근 5년 삼성전자 미국 특허 등록건수(단위, 건)

 2006년 2,453

 2007년 2,725

 2008년 3,515

 2009년 3,611

 2010년 4,551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