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붐…지금 필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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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1월 2일 한국 서울. 정부는 2019년까지 9조2000억원을 투입해 전남 영광과 전북 부안 해상에 2.5기가와트(GW)급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2013년 0.1GW에서 시작해 2016년 1GW, 2019년 2.5GW를 달성해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이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2010년 11월 24일 미국 워싱턴. 오바마 정부는 대서양 연안 풍력발전단지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최초 해상풍력발전단지 ‘케이프 윈드’가 지난해 5월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는데 걸린 시간은 10년이었다. 켄 살라자르 내무장관은 “투자자 유치와 해상풍력발전 활성화를 위해 대서양 연안 풍력발전단지 승인을 서두를 것”이라고 밝혔다.

 2011년 1월 25일 프랑스 파리. 사르코지 정부는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 입찰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대서양 연안에 5㎿짜리 해상풍력발전기 600기를 설치하겠다는 것. 프랑스는 2020년까지 해상풍력발전기를 6GW 규모나 설치할 계획이다.

 ◇해상풍력이 붐을 이루는 이유=해상풍력이 붐을 이루는 것은 우선 풍력발전이 가진 장점 때문이다. 풍력발전은 전기 1㎿를 생산하는데 54유로(약 8만1000원)가 든다. 265유로가 드는 태양광과는 비교가 안 된다. 신재생에너지원 가운데는 지열(53유로)을 제외하고 가장 저렴하다. 심지어 석탄 화력발전(60유로)보다도 단가가 낮다. 압도적으로 싼 원자력(38유로)을 제외하고는 발전단가 측면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풍력발전기를 육지에 설치하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마땅한 장소가 부족하다. 풍력발전기는 한 기가 100m가 넘을 정도로 크다. 30~40층 높이의 빌딩이 들어서는 셈이다. 당연히 차지하는 면적도 넓다. 우리나라처럼 국토 면적이 좁은 나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산을 깎아 설치했다가 ‘풍력이 진짜 친환경 에너지인가’라는 근본적 비판에 직면하기까지 했다. 도시 인근에 설치하면 ‘시끄럽다’는 민원이 빗발친다.

 해상풍력은 고유의 장점이 많다. 육지와 같은 제약이 적어 대규모 발전단지 조성이 쉽다. 해상풍력발전단지가 GW 규모인 경우가 많은 건 이 때문이다. 바다에서는 장애물이 없어 바람 세기가 육지보다 20% 이상 강하다. 일반적으로 바다에서 육지보다 풍력 발전량이 1.5~2배 많다. 또 난(亂)류와 풍속변화가 적어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세계 각국 해상풍력 지원 강화=이처럼 장점이 많은 해상풍력에 각국 정부가 지원을 늘리면서 세계 해상풍력 시장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2008년 0.38GW에 불과했던 연간 해상풍력 시장 규모는 2015년 6.2GW로 1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해상풍력 설치용량을 150GW까지 늘릴 계획이며 미국은 54GW, 중국은 35GW로 확대할 예정이다.

 영국은 2001년부터 국가 주도로 3라운드에 걸친 해상풍력 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32GW의 해상풍력을 설치해 전체 전력의 25%를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부터 세계 최대 크기인 300㎿급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운영해오고 있기도 하다. 독일 역시 정부 주도로 북해 연안을 개발하고 있으며 계통연계 등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4월 최초로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가동한 독일은 2015년까지 4.6GW를 새로 설치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미국은 아직 가동 중인 단지가 없으나 해상풍력 잠재량이 1000GW에 달하는 만큼 대규모 개발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해 468㎿급 케이프윈드 풍력발전단지를 처음으로 승인했으며 동부 대서양 연안 10개주에 20GW에 달하는 해상풍력 컨소시엄을 선정해놓은 상태다.

 중국은 해상풍력 잠재량 7500GW로 잠재력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상하이지역에 102㎿ 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완공했으며 장쑤성과 광둥성 등 4개성을 중심으로 대규모 해상풍력 개발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2015년 15GW, 2030년 35GW를 달성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해상풍력 개발 대열 합류=정부는 지난해 11월 2일 영광원자력발전소에서 ‘해상풍력 추진협의회’를 열고 해상풍력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오는 2019년까지 9조2000억원을 투입해 부안·영광지역 해상에 2.5GW급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다는 것. 국내 해상풍력 잠재량은 8GW 정도로 조사됐다.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2013년까지 100㎿급 실증단지 구축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2.5GW급 단지를 조성해 세계 3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하기로 했다.

 우선 2013년까지 부안·영광 지역 해상에 100㎿급 국산 해상풍력발전기 중심의 실증 단지를 조성한 후, 2016년까지 900㎿를 추가해 시범단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후 2019년까지 1500㎿급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해 총 2.5GW 규모로 목표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전력계통의 경우 1·2단계 시범단지까지는 전북 고창변전소로, 3단계는 새만금 변전소로 각각 연결한다.

 정부는 지난 2008년 10월부터 2년간 국내 전체 해상을 대상으로 풍황·수심·계통연계조건·해안과의 이격거리·변전소 이격거리·확장성 등을 조사해 부안·영광 지역 해상을 최적지로 선정했다. 서남해안권 외에도 제주도·남해안 등 다른 지역의 소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에 대한 지원 방안도 별도로 검토할 예정이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해상풍력추진협의회를 구성·운영하며, 산하에 실무 집행기구로 해상풍력추진단을 설치해 제반 사항을 총괄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 발표대로 해상풍력 로드맵의 미래가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해상풍력발전단지는 바다에 건설한다는 특성상 대규모 투자비가 드는데도 9조2000억원의 투자비 가운데 정부 지원금은 고작 29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부 바람대로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줄 것인지가 문제다.

 계통연계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다. 부안·영광 해상풍력 시범단지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고창시험장까지는 22㎞ 떨어져 있고, 3단계 확산단지에서 새만금까지는 80㎞나 떨어져 있다.

 길이도 길이지만 풍력발전처럼 불안정한 전력을 기존 전력망에 연결할 경우 계통을 교란할 수 있다. 또 아직 해상풍력단지에서 육지로 전력을 보내는 송전방식도 결정되지 않아 계통연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내 해상풍력 발전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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