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난개발…`속터지는 스마트폰`

신호 잡혀도 실제 사용 어려운 이유는…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통신 3사 연도별 와이파이 구축현황

 강남역 7번 출구 유명 커피전문점 앞. 스마트폰을 통해 와이파이를 검색하자 수십개의 신호가 잡힌다. 가입한 통신사업자 와이파이에 접속했다. 하지만 안테나가 전부 떠 있었던 신호를 잡았으나 접속하자마자 안테나 한개로 떨어졌다. 이마저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했다. 강남역뿐만 아니라 인구가 밀집된 서울 시내 곳곳의 상황은 이와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 짜증난 직장인 문모씨(34)는 아예 와이파이 모드를 꺼놓고 3세대(3G) 망을 이용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 무제한요금제를 가입했다.

 

 문모씨뿐만 아니라 인구 밀집지역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하려던 가입자 대부분은 이동통신사업자의 와이파이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모 이동통신사 광고처럼 와이파이 신호가 안 잡히는 곳은 산간 오지 밖에 없을 정도지만, 정작 이용하려 들면 실제 안정적인 서비스를 쓸 수가 없다.

 무분별한 와이파이 설치가 부른 ‘와이파이 난개발’의 폐해다.

 전파는 특성상 같은 대역의 신호 간에는 간섭 현상이 일어난다. 가까운 곳에서 2개의 와이파이 액세스포인트(AP)가 신호를 보내면 2배로 이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1개도 아닌 그 이하로 효율이 떨어진다. 강남역 같은 와이파이 밀집지역에서는 AP 과다로 와이파이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 현재 각 통신사업자 와이파이존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7만9395 곳이다. AP기준으로는 두 배 이상 늘어난다.

 가장 많은 와이파이존을 구축한 KT가 지난해에만 3만395개 존을 새로 구축했다. 올해 들어서도 585개 존을 추가했다. 2009년 이전에 설치된 1만3000곳을 합하면 4만3980곳에 달한다.

 AP로는 8만7405개에 달한다. 올해만 1409개가 추가됐다.

 SK텔레콤도 지난해 6월 5000개 존을 설치한데 이어 연말까지 1만7000곳으로 늘렸다. LG유플러스도 작년말 1만6000곳의 와이파이존을 갖췄다. 가정에 보급된 별도의 와이파이 AP만 102만개에 달한다.

 올해를 기점으로 와이파이존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KT가 올해 5만8000곳을 추가해 연말까지 와이파이존을 10만 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SK텔레콤도 연말까지 4만5000곳을 추가 구축해 총 6만2000존을 확보한다. LG유플러스도 올해말까지 5만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연말에는 21만2000곳으로 늘어난다. 작년말 대비 167%나 늘어나게 된다. 신규로 설치되는 곳도 있겠지만 와이파이존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후발 사업자들이 인구 밀집지역에 설치하는 물량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사용자들이 겪는 와이파이존 전파혼선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와이파이 장비업체 관계자는 “일부 대학의 경우 대학내에서도 와이파이 주파수 간섭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와이파이가 얼마나 계획없이 무분별하게 설치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난개발의 심각성을 인식,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최근 와이파이 이용환경 개선대책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이 대책에서 2.4㎓ 와이파이 혼신 최소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와이파이 이용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팀 구성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방통위의 대책은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명확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자칫 투자를 하면 할수록 품질은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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