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내몰린 `u헬스케어`

 u헬스케어 산업이 꽃망울을 터뜨리기도 전에 시들고 있다.

 원격진료를 불허하는 현행 의료법 개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기업의 정상적인 사업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외 선진국들이 잇따라 의료법 개정을 통해 2013년 254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u헬스케어 시장을 정조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u헬스케어 기업들이 만성적자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심각한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헬스케어 전문업체인 오투런은 경영난에 허덕이다 결국 지난달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건강과 IT의 융합을 기치로 내세우며 미래형 피트니스 시스템을 개발했다. 해외 시장을 겨냥해 미국과 중국에 수십종의 특허를 획득하는 등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는 왕성한 활동을 보여왔다. 하지만 내수시장이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으면서 경영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오투런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견 IT기업들도 헬스케어 부문에서만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모바일 솔루션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유라클의 경우 u헬스는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인성정보도 다른 분야와 달리 u헬스 분야에서만 수년째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u헬스 부문을 축소하거나 다소 보수적으로 운영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휴대폰을 통해 혈당을 측정하는 기술로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을 열어젖혔던 A업체, 원격진료시스템을 상용화했던 B업체는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등 한때 미디어의 관심이 집중됐던 기업 10여개가 폐업의 기로에 섰다.

 국내 시장이 정체된 것은 법·제도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정부 차원의 활성화 대책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해 10월 국내 u헬스케어 시장이 2010년 1조6849억원에서 오는 2014년 3조341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전망치는 의료법 개정을 감안한 것이었지만, 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전망이 완전히 빗나갈 것이 확실한 상황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메디슨을 인수하는 등 대기업이 u헬스케어 시장 규모를 대형화하고 있지만 원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들이 사라져 향후 한국의 u헬스케어 시장은 ‘속 빈 강정’이 되리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 중인 대기업의 한 임원은 “u헬스케어 산업은 사실상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영세한 IT기업이 적자를 감내하고 버티기가 쉽지 않다”며 “대기업이 시장에 뛰어들어도 우수한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 협력업체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미국 등 해외시장은 이미 지난 1997년 취약계층에 대한 원격의료를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는 u헬스케어 생태계가 구축된 지 오래다.

 미국은 1997년 ‘연방원격진료법’을 제정해 의료취약지역 계층을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시작했다. 총 23개주에 원격진료 행위를 허용했고 매년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영국·독일 등에서도 원격진료가 상당부분 확산됐다.

 IBM·인텔·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다국적 IT기업은 국내 u헬스케어 전문업체와 손잡고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같은 해외 국가와 기업들의 공격적 행보에 힘입어 전 세계 u헬스케어 시장은 오는 2013년 2540억달러로 매년 15% 이상씩 고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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