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교육공학 석사를 마친 아내가 외국어를 배울 때 영화 같은 동영상이 가장 좋은 도구였다는 점에 착안해 비즈니스를 구상했습니다."
동영상을 모아 40여 개국 언어로 자동 번역해 제공하는 사이트인 비키(viki.com)를 실리콘밸리에서 운영하고 있는 호창성 대표(37)는 "비키는 `위키피디아`처럼 사용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동영상에 처음 접목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호 대표는 아내 문지원 이사와 함께 설립한 비키로 21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크런치 어워드 2010`에서 한국기업 최초 수상자로 뽑혀 화제로 떠올랐다.
크런치 어워드는 세계적인 IT전문지 테크크런치가 매년 20개 부문에 걸쳐 유망한 벤처기업과 창업자를 시상하는 국제적인 상이다. 지난해 페이스북과 구글도 관련 분야에서 수상했다.
비키는 전 세계 동영상을 자사 사이트에 올려놓고 40여 개국 언어로 실시간 제공한다. 가상 서버(클라우드)에 각국 영화와 TV 드라마를 올려놓은 뒤 언제 어디서나 자국어로 즐길 수 있는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이다.
호 대표는 각국 번역가들이 모여 동영상에 자국어 자막을 달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을 만들었다. 현재 상위에 올라와 있는 한국 드라마 `마이프린세스`는 40여 개 언어로 거의 실시간 번역된다.
호 대표는 "한국 IT시장 자체가 굉장히 좁다"면서 "인구가 1000만명밖에 안 되는 이스라엘은 굉장히 많은 벤처가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목표로 해서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 우리도 제품 개발을 완료한 후 세계시장으로 수출하는 게 아니라 처음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품이나 서비스 기획 때부터 세계시장을 목표로 하라는 것.
서울대 전기공학부 93학번인 호 대표는 학부 졸업 후 2000년 IT 붐을 타고 소프트웨어 벤처를 창업했다. 그러나 외주개발과 본 서비스를 병행하다 보니 경영이 힘들어져 4년 만에 접었다. 실패를 겪고 난 후 바람도 쐬고 공부도 할 겸 미국 스탠퍼드 경영학석사(MBA)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아내 문지원 이사 겸 공동창업자를 만났다. 문씨가 2007년 먼저 비키에 대한 사업모델을 세웠고 호 대표는 2008년 공동창업자로 합류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스탠퍼드 MBA 시절 수강했던 `창업기회 평가` 수업이었다. 이 수업에서 테스트 서비스를 발표했고 사르 구(Saar Gur) 찰스리버벤처스 파트너가 좋은 평가를 내려 한 달 뒤 실제 25만달러의 시드머니(초기투자)로 연결됐다.
비키는 현재 사용자 수 2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5월 더 큰 규모로 추진한 펀딩에서 미국 인도 등 유명 투자자들로부터 430만달러 규모 자금을 유치했다.
[매일경제 황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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