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비욘드 스마트TV’와 ‘기가코리아’가 국가경제 발전의 IT 신성장동력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IT 국가대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김흥남 원장이 올해 ‘혼창통(魂創通)’을 지닌 ‘퓨처 크리에이터’를 ETRI 맨십으로 내걸고 신성장동력 R&D에 드라이브를 건다.
‘혼창통’은 ‘도전과 열정의 혼(魂)’ ‘창의와 혁신의 창(創)’ ‘소통과 배려의 통(通)’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미래 창조는 ETRI에 맡겨 달라는 의미다.
지난해 ETRI는 ‘나를 따라다니는 IPTV 기술’과 ‘투명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모바일 검색기술’ ‘안경 없이 편하게 입체영상 및 음향을 즐길 수 있는 3D DMB 시스템 기술’ 핵심 원천기술 3개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경상기술료 수입은 2009년 47억3000만원에서 54억8000만원으로 늘었고, 상용화 성공률은 2009년 8.7%에서 지난해 13.6%로 향상됐다.
핵심 표준특허는 32건을 신규로 확보했다. 국제표준 특허풀에 2개가 추가돼 안정적인 로열티 수입 기반이 강화됐고 적극적인 침해대응과 해외 특허 라이선싱을 확대해 해외 특허기술료 107억원도 확보했다.
김 원장은 새해 출연연 거버넌스 개편 등으로 주위 환경에 많은 변화를 예상하며 대내외에서 개혁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한 답을 김 원장은 세계 최고의 R&D 성과에서 찾고 있다.
김 원장은 앞으로 남은 670일의 임기 동안 ‘메가 프로젝트’ 추진, 상용화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기술사업화 신에코시스템 구축’ ‘꿈의 일터’ 3대 과제를 실현할 계획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ETRI가 ‘갑’이 아닌 ‘을’의 위치에 서자는 얘기도 꺼냈다. 연구결과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상용화 현장에서 고객 지원으로 연구결과가 꽃 피워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모두 분발해 달라는 말이다.
김 원장은 올해 청렴 윤리를 연구원의 조직문화로 인식하고 체질화하는 ‘클린 ETRI’도 선언했다. 부패방지를 위해선 ‘원 스트라이크 아웃 부패방지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부패는 단칼에 도려내겠다는 의도다.
이외에도 ‘경쟁과 순환’의 원칙에 따르는 공정한 인사와 부서장에게 더 많은 권한을 위임하는 임파워먼트(Empowerment) 경영전략도 꺼내놨다. R&D를 중심으로 김 원장의 올해 계획을 들어봤다.
-ETRI가 ‘스마트&그린 테크놀로지 이노베이터’를 비전으로 내놓았는데 무엇을 위한 것인가요.
▲IT의 스마트화는 IT의 지능화·고도화·융합화와 함께 ‘참여-공유-개방’이라는 문화 트렌드와의 결합으로 사용자 중심의 즐겁고 편안하며 풍요로운 삶의 질 개선 및 신가치 창출을 의미합니다.
그린 또한 IT와 접목해 IT 부문 녹색화와 융합IT에 의한 녹색화로 이해하면 됩니다. 앞으로는 스마트와 그린이 양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 간 융합한 공진화(co-evolution) 개념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활성화로 고사양 항목이 사라지고 스마트IT에 자동차와 물류·빌딩·전력 등이 접목되는 저탄소 녹색사회에서 ETRI가 창조형 기술 개발 주체로 나서자는 것입니다. 새로운 경쟁의 원천을 창출하는 기술 개발의 주체로 이해하면 됩니다.
-세계 일등기술, 국제표준특허, 기술이전의 올해 목표는 무엇인지요.
▲세계 일등기술은 ‘연간 1조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거나 세계시장 15% 이상 점유 가능한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합니다. 2010년 3개는 달성했고, 2011년엔 4개, 2012년 5개의 세계 일등기술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제표준특허는 국제표준기술로 승인되었거나 특허실사 등으로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것이며 2010년 33개를 획득하고(본래 목표는 28개), 올해는 30개, 2012년엔 32개의 국제표준특허를 확보할 것입니다.
기술이전의 경우에는 지난해 328억5000만원의 기술료 수입을 달성했고 올해는 400억원, 2012년에는 450억원의 기술료 수입을 챙길 계획입니다.
-국가 주도 기술 핵심역량 확보를 위한 창의형 원천연구 과제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창의형 원천연구 강화를 위해 창의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과제로 원자수준 물성제어를 통한 신개념 그래핀 소자 연구에 올해 9억원의 예산을 배정했고 튜너블 테라헤르츠 트랜시버 기술 개발에 5억원, 금속-절연체 전이(MIT) 현상구명 및 나노 기초핵심응용 기술 개발에 5억원을 투입합니다.
-미래시장 선점 및 국가 현안해결을 위한 대형, 융합 메가 프로젝트는 현재 어떻게 추진하고 있고 앞으로 무엇을 추진할 것입니까.
▲기가 코리아 등을 대형 메가 프로젝트로 준비 중입니다. 목표는 스마트 코리아 구현을 위한 기가급 유무선 통합 IT 인프라 환경 구축 및 콘텐츠·서비스 개발입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2020년에 대두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가급 유무선 통합 IT 인프라 환경을 구축하고 기가급 수준의 네트워크·단말기·플랫폼/SW·콘텐츠 등의 개발 기반을 마련할 것입니다.
또 우리나라 IT산업의 신사업 창출과 5G 산업 및 연구인력 양성, IT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입니다.
-올해 기술료 수입은 얼마나 될까요. 기술료 수입 구조의 개선에도 나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지난해 ETRI 기술료 수입은 328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특허기술료 수입은 약 110억원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2009년 67억원 대비 62%나 성장한 것인데, 변리사 등 전문인력 충원으로 적극적인 지식재산(IP)경영을 한 결실로 보고 있습니다.
ETRI는 출연연으로서는 최초로 3세대 휴대폰의 미국 특허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 이 소송이 올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구조개편을 위해서는 기술료 옵션제를 시범 실시합니다. 이는 기술이전 계약 시 착수 기본료의 50%를 할인받고 사업화 성공 시 매출 정률사용료로 할인액을 상환하는 것으로 기술이전 업체의 기술료 초기 부담은 줄이고, 사업화 성공 이익은 나누는 산-연 ‘윈-윈 모델’입니다 단, 옵션제 적용 대상으로 단일 계약기준으로 1년간 100만원 이상의 매출 정률사용료를 납부한 실적이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합니다.
-지역전략산업 연계 융합기술 R&BD기능 강화 사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올해 얼마를 투자합니까.
▲정부의 광역경제권 활성화를 위한 지역 R&BD 기능 강화 추진을 위해 호남권 및 대경권에 구축된 ETRI 지역연구센터를 중심으로 광융합·자동차·정보가전 등 호남지역 전략산업 및 메카트로닉스, 모바일·의료 등 대경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해 산업체 수요 기반 중심의 융합IT의 적기 사업화를 위한 기술지원에 올해도 박차를 가합니다.
기술지원 서비스로는 산업체 맞춤형 공동연구지원, 국제공인시험지원, 현장밀착형 기업의 기술문제 해결지원, 연구원 1인1사 멘토링 지원 등 다양한 기술고충 지원책이 있습니다.
투자 규모는 호남권 및 대경권에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47억원씩 총 235억원의 국비를 투입합니다.
올해는 지역전략산업인 가전제품과 연계해 시장성이 큰 융합IT인 ‘대용량 및 고해상도 지원을 위한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 기기’ 및 ‘모바일 기반 3D 단말 기술’ 등 총 9개 산업체 맞춤형 수요기반 융합기술 개발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ETRI의 상용화 현장지원제 주목=ETRI가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상용화 현장지원제’가 주목받고 있다.
이 제도는 ETRI가 기술을 개발한 뒤 이를 중소기업에 이전하는 것에만 한정하던 것에서 중소기업 현장에 직접 파견나가 기술 완성도를 검증하고, 사업화에 필요한 추가 기술 개발까지 지원해보자는 취지다.
그동안 ETRI 연구원이 수행한 상용화 현장 지원은 지난 한 해 동안 101명, 올해 들어서만도 이미 34명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제도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중소기업 현장지원 인력파견제 시행 당시인 2009년에는 한 해 49명이 파견됐다. 당시에는 사업종료 후에 기업이 이전기술 사업화에 필요로 하는 연구인력을 지원하는 시스템이었다.
ETRI 측은 “당시보다 참여도가 2.75배 증가했다”며 “상용화 현장지원을 받은 기업으로부터 파견인력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 95점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술의 사업화 측면에서는 상용화 현장지원을 받은 기업의 90%가 이 지원으로 이전기술의 상용화가 가능하게 됐다는 것.
ETRI 연구원 파견기업 101곳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추가 기술 개발 기간은 평균 6.3개월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개발 비용은 9000만원이 절감됐고, 향후 5년간 평균 121억원의 매출이 일어날 것으로 해당 업체는 예측했다.
ETRI 입장에서는 그동안 출연연의 연구결과물의 사업화 성과가 낮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온 현실을 감안할 때 R&D 결과물의 성공적인 사업화와 기술료 수입 제고로 이를 다시 R&D에 재투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막대한 R&D 투자비를 절감하면서도 이전기술의 사업화를 통해 기업성장 기반을 확보하는 계기를 확보한 셈이다.
ETRI는 기업의 기술개발 환경이 열악해 지원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장치로 ETRI가 보유한 공용 실험실 및 테스트 베드를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기업이 상용화 현장지원을 희망하는 장소가 이전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해외, 인증시설, 납품현장 등에서의 지원까지 요청해 오는 현실을 감안, 향후에는 해외까지도 지원하는 방안을 점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김흥남 원장은=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은 임베디드 SW 분야 베테랑이다. 1983년 한국과학기술의 원조인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시스템공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직장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1956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1980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볼 주립대에서 전산학 석사,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전산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원 생활 27년간을 모두 ETRI서 보냈다. 내장형 SW연구팀장, 임베디드 SW연구단장,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대외적으로는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 분과위원장과 정보과학회 부회장, 정보처리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08년엔 미국 MIT 전자공학연구실(RLE) 초빙연구원으로 1년간 활동하기도 했다.
올해부터 2013년까지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 회장도 맡았다.
연구업적으로 ‘조립형 실시간 OS 기술’ 개발을 시작으로 ‘임베디드SW 표준 플랫폼 기술’ 개발, ‘모바일 컨버전스 컴퓨팅을 위한 단말적응형 임베디드 운용체계’ 개발 등 굵직한 것만 11건을 수행했다.
수상 실적으로는 한국정보과학회 제1회 차별화스피커 선정, ETRI 품질경영 우수사계 대회 은상, 철탑산업훈장(대한민국 SW산업발전 기여) 등을 받았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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