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리무선통신(NFC)을 이용한 전자결제시스템은 단말기 제조사, 이동통신사, 금융회사가 서로 연계한 생태계가 구축돼 있어야 가능한 서비스다. 하지만 이 생태계에서 빠져서는 안 될 핵심 기술이 있다. NFC를 작동시키는 구동칩(라우터)이다. NFC 구동칩은 단말기에 장착돼 통신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칩이다.
13.56㎒ 주파수를 쓰는 NFC 서비스는 전자태그(RFID)나 지그비(Zigbee), 와이파이(WiFi) 등 각종 무선통신 표준과 함께 반도체 업계에서는 오래된 화두다. 이미 지난 1999년 프랑스의 반도체설계(팹리스) 회사 인사이드컨택트리스가 NFC 관련 특허를 획득한 지 10년 넘게 흘렀다. 이후 노키아와 소니가 주도한 NFC 포럼이 발족되고 각종 표준 제정이 제정되자 칩 업체들도 시장 개화를 예상하고 NFC칩을 준비해왔다. 이들은 실제로 구동칩이 이동통신사의 결제 서비스와 연동될 수 있도록 휴대폰 심(SIM)이나 SD카드를 이용한 NFC 활용 서비스 개발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 덕분에 지난해부터 NFC 바람이 일자 이에 발맞춰 다국적 기업은 물론이고 국내 반도체 회사들도 속속 핵심 칩인 NFC 구동칩을 출시할 수 있었다. 국내 NFC 구동칩 시장에는 네덜란드의 NXP, 인사이드컨택트리스, 이탈리아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미국 브로드컴, 영국 CSR은 물론 국내 삼성전자, 엠텍비젼 등이 진출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NXP는 국내 NFC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KT를 통해 출시한 휴대폰 ‘SHW-A170K’에는 이 회사 제품이 쓰였다. ‘넥서스S‘ 스마트폰에도 NXP 제품이 들어갔다. 양산 제품 기준으로 8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한다. 인사이드컨택트리스는 ‘QFN32’ 모델을 내놓고 국내에서도 이 회사 칩이 들어간 단말기를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NFC칩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했다. 지난해 12월 NFC칩 출시를 발표한 데 이어 새해 상반기에 자사 NFC 칩이 들어간 단말기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각 회사는 제품의 차별점을 내세우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인사이드컨택트리스와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 스택을 스마트폰의 다양한 운용체계(OS)와 연동될 수 있도록 직접 소프트웨어 툴을 개발해 제공한다. ST마이크로는 스톨만과 협력을 통해 고객사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엠텍비젼은 전파를 송수신하는 무선주파수(RF) 성능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NFC 반도체 칩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까. 휴대형 단말기에 장착되는 비율이 가장 높은 만큼 칩 크기를 줄이는 게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등 기존 무선통신 기술과 NFC 기술을 통합한 칩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각종 기술을 통합하면 반도체 크기는 물론이고 배터리 소모량도 줄일 수 있다. 브로드컴은 이미 이노비젼을 인수해 와이파이·블루투스 통합칩을 개발하고 있으며, CSR 역시 새해 중순 이후 통합칩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단말기가 아니라 유심이나 마이크로SD카드에 아예 NFC 구동칩을 넣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기존에 전자결제 서비스가 적용되지 않던 피처폰이나 일반 스마트폰에서도 NFC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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