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이성과 가까워지기 위해 흔히 쓰는 수법은 ‘공포영화’를 같이 보는 것이다. 공포를 느낀 여성이 보다 남성하게 의지하고 신체적으로도 가까이 접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러한 공포를 이용해 이성의 관심을 끌고 신체적으로 가까워지는 수법이 인간에게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사이언스 데일리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대학 과학자들은 성적으로 조숙한 호주의 서부요정굴뚝새(Malurus splendens) 수컷들이 대형 포식성 조류인 때까치의 소리가 들릴 때마다 특이한 노래를 부르는데, 위험을 무릅쓴 이런 행동은 암컷의 주의를 끌기 위한 전략으로 밝혀졌다고 행동생태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호주 남부의 한 자연보존지구에서 요정굴뚝새들에게 소리를 들려주고 반응을 관찰한 결과, 수컷들의 이런 ‘음성 편승’ 행동이 ‘공포를 이용한 유혹’ 전략임을 밝혀냈다. 관찰 결과 암컷들은 때까치의 소리가 들린 직후 들려오는 수컷의 노래에 특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 규명된 것이다.
연구진은 여러 해에 걸쳐 서부요정굴뚝새와 청요정굴뚝새들의 행태를 관찰한 결과 이들이 때까치와 동시에 ‘마치 이중창처럼’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 노래를 ‘2형’으로 분류했다. ‘1형’은 영역을 알리는 노래이다.
연구진은 아이팟을 이용해 암수 새들에게 1형과 2형 노래를 여러 상황에서 여러 가지로 조합해 들려주는 실험 결과 암컷들이 때까치 소리 직후 들려오는 2형 노래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수컷 새들이 나이와 색깔, 기타 다른 조건을 막론하고 모두 같은 주파수로 2형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수컷 새들이 실제로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때까치가 사냥하지 않는 안전한 때 이런 노래를 부른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부요정굴뚝새들은 특이한 사회구조를 갖고 있고 이에 따라 특이한 짝짓기와 진화 패턴을 갖게 돼 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새들은 암수가 평생 해로하는 일부일처제로 살아가지만 성적으로 조숙하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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