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 2011년 새해 처음으로 열리는 ‘LG전자 법인장 회의(LGE Leadership Conference)’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일등LG를 향한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올해 회의에서 예년과 달라진 점은 동시통역기가 외국인 법인장과 임원들의 귀에 꽂혀 있는 것이었다.
구본준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1일 공식적으로 LG전자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이후 100일이 지나면서 LG전자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일등LG’와 ‘독한LG’를 기치로 내건 구본준호가 출항한 이후 지난 100여일 동안 LG전자에서는 △부분적 8-5제 근무시간 도입 △식스시그마 재강화 △한국어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등 새 슬로건인 ‘패스트, 스트롱& 스마트’를 실행하기 위한 조직문화가 여기저기서 생겨나고 있다.
우선 회사의 공식 회의 용어로 한국어가 재등장했다. 글로벌 LG를 기치로 내걸었던 지난해까지는 영어가 회의 공식 언어로 사용됐지만, 올해부터는 한국어가 주요 언어로 사용된다. 그 동안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일부 임원들은 이 때문에 숨통이 틔었다.
지난 3년 간 사실상 후순위로 밀려 났던 식스 시그마 학습 열기도 되살아나고 있다. 이는 부품 관리, 생산 공정과 출하 과정에서 품질경쟁력이 다소 약화됐다는 경영진의 판단에서다. 구 부회장은 취임 직후 경영혁신 부문 산하에 식스 시그마팀을 신설하고, 최경석 상무를 팀장에 선임했으며, 최근 식스시그마 교육 프로그램을 재가동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품질은 ‘일등LG’를 달성하는 필수조건”이라며 “그린벨트·블랙벨트 등을 직원들이 획득해야 하는 교육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가산동에 새 둥지를 튼 MC사업본부는 새해 들어 8시 출근, 5시 퇴근하는 소위 ‘8-5제’가 도입됐다. 직원들의 출근시간이 1시간 앞당겨진 것으로, 퇴근은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한 마디로 출근혁명이라는 게 직원들의 반응이다. MC사업부의 이 같은 근무시간 변경은 긴장감을 갖고,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스마트폰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구본준 부회장은 17일 개막한 LG전자 법인장회의에서 80여개 법인장과 임원들에게 “흔들리지 않는 강한 회사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구 부회장은 “현 상황 극복을 위해서는 앞서 준비하고, 강하고 독하게 실행하며, 똘똘하게 운영하는 전사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정확한 판매계획에 기반한 예측가능 경영 △수익구조 개선 △개발 및 출시일정 철저 준수 △품질 책임경영 △미래 준비 5대 중점 관리 항목을 발표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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