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거버넌스 정부입김 배제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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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10년, 20년뒤를 내다보고 그리던 출연연 거버넌스(지배구조)는 결국 부처의 ‘입김’을 배제하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계 정책 전문가들이 제기해왔던 출연연발전 민간위원회의 시나리오인 출연연 전체 단일 법인화 등은 다음 정부의 과제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출연연선진화기획단이 내놓은 안에는 다양한 포석이 깔려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만들어졌을 때를 대비한 기관요구도 반영됐다.

 기획단이 내놓은 A안과 B안을 들여다보면, 우선 교과부는 향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구축돼 만들어질 ‘기초과학연구원’을 염두에 두고, 장비 관리 중심의 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과학기술정보연구원을 끊임없이 요구해 관철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가 전략적으로 육성할 항공우주 분야와 원자력 분야도 내놓을 수 없다는 주장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을 국과위로 넘길 경우 교육과학기술부는 그야말로 교육부로 전락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또한 겉으로는 13개 출연연을 모두 국과위로 넘기는 방안에 수긍했지만, 생산기술연구원 등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출연연발전민간위원회가 내놓은 지경부 전자부품연구원과 자동차부품연구원 등 전문생산연구소를 생산기술연구원과 연계해 종소·중견기업을 종합지원하는 체제를 구축하자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출연연발전민간위원회는 당초 국가연구개발원을 두고 그 아래 20개 출연연을 단일 법인화한다는 계획이었다. 대신 기초지원연과 과기정보연은 교과부, 생기연은 지경부, 건기연은 국토부, 식품연은 농식품부로 부처이관한다는 것이 시나리오를 내놓은 바 있다.

 이번 출연연 거버넌스 선진화 방안과 관련해 앞으로 풀어야할 문제는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반발도 예상된다.

 처음 논의했던 국과위의 규모가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체 출연연이 매년 쓰는 3조원의 예산 가운데 큰 덩어리를 차지하는 원자력연과 항우연(이상 7000억원), 그리고 과기정보연·생기원·건기연·식품연(이상 6000억원)을 빼고 나면 나머지 출연연 예산은 반토막 난다.

 또 국과위가 오는 3월 28일께 출범해 출연연이 옮겨 갔을 경우 향후 진행할 법인해체 논의와 출연연 기능조정 문제도 지금까지 출연연 거버넌스 개편 과정에서 겪었던 것보다 더 힘들 수 있다. 왜냐하면 출연연 구조조정과 연결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출연연선진화기획단은 현재 제3안에 대해 여론을 수렴중이다. 그러나 출연연이 가장 선호했던 본래의 출연연발전민간위원회의 시나리오 이외의 새로운 안이 제시돼도 연구원들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출연연민간발전위원회에서 활동한 손진훈 충남대 교수는 “본래 국과위의 모양새에서 상당히 후퇴한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본다”며 “현재의 기획단 안에서 새로운 방향으로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봐야 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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