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인식 표준 낙오자 되나

  중소기업 중심의 바이오인식 산업이 기술경쟁에서 앞서나가는 데 반해 치열한 글로벌 표준화 다툼에서는 미·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밀리고 있다. 글로벌 표준 주도권을 넘겨줄 경우 국내 바이오 인식 산업은 선진국 주도형 글로벌 표준이란 제 2의 무역장벽에 가로 막혀 세계 시장 경쟁에서 도태될 것으로 우려된다.

  16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지문·얼굴 등 바이오 인식 글로벌 표준 제정 작업에 우리나라는 빠진 채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들이 자국의 로컬 표준을 글로벌 표준으로 활발히 제안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바이오 정보를 담은 전자여권을 도입하면서 국제표준기구(ISO)내 바이오인식 분과(JTC1/SC37)에 참여, ‘바이오인식 시스템 보안성 평가 및 시험절차’를 국제 표준으로 등재, 글로벌 표준 주도에 앞장섰다.

 선진국의 이러한 움직임과 달리 우리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바이오 인식 표준 작업은 기술표준원 산하 바이오인식정보시험센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정부 예산은 고작 연간 4억원 규모로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슈프리마·유니온커뮤니티·디젠트 등 바이오인식 기업들도 전 세계 50개국 이상 시장에 진출, 수출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글로벌 표준 제정엔 눈 돌릴 여력이 없다.

 이미 국내 기업들은 해외 수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상대적으로 미·일·독일 기업에 유리하게 만든 글로벌 표준에 맞춰 바이오 인식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 수출을 위해 원천기술 개발뿐 아니라 글로벌 표준에 대한 적합성과 호환성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바이오 인식 분야에서 글로벌 표준의 대외 종속이 심화될수록 국내 기업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선진 기업과의 시장 경쟁에서 더욱 뒤처질 것으로 우려된다.

 김재성 한국인터넷진흥원 연구원은 “미국이 전자여권 관련 바이오인식 글로벌 표준 제정 작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한국도 리딩 그룹에 속했지만 불과 몇 년 새 주도권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문과 얼굴 등 가장 많이 쓰는 바이오인식 분야의 글로벌 표준은 미국을 비롯하여 독일과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희 연세대 교수는 “중소기업 위주로 발전한 국내 바이오인식 산업은 개별 업체의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정부 주도의 글로벌 표준 작업은 뒤처진 상태”라면서 “글로벌 표준화 부분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정부의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경원기자 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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