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알제리 크로아티아 공식 방문에 나섰던 박희태 국회의장이 중간 기착지인 프랑스에 들렀을 때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의 건설 현장에 파견된 국내 연구진들을 방문해 격려한 바 있다.
세계 최대 국제과학프로젝트라 불리는 ITER사업은 궁극적인 녹색에너지인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를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EU,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7개국이 공동으로 국제핵융합로를 건설하고 연구하는 국제협력 프로젝트다.
국회의장의 직접적인 방문이 이루어질 정도로 ITER 사업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데에는 미래 국가 경쟁력 확보에 결정적인 분야인 에너지 산업에 있어 핵융합 연구가 가진 잠재력 때문이다.
에너지자원 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원자력 발전 수출이라는 업적을 이루어 낸 이후 우리의 에너지 산업은 자원 중심이 아닌 기술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핵융합 역시 미래 에너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지식에너지로서 우리나라를 에너지 수출국으로 성장시켜 줄 큰 동력이 잠재돼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 사업에서 발주한 국제과제를 국내 연구기관과 산업체들이 연이어 수주하는 등 국제적인 핵융합 연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불과 15년 전만해도 핵융합 연구 분야의 후진국이라 불리던 우리나라의 핵융합에너지 산업기술이 이제야 그 성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국제협력 프로젝트 ITER 사업에서 국내 산업체들이 다양한 과제를 수주할 수 있었던 데는 한국형 핵융합실험로 ‘KSTAR’를 건설한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 2007년 완공된 ‘KSTAR’ 건설 당시 국내 약 70개 기업이 참여했다. 국내외에서 취득한 관련기술 특허만도 200개가 넘는다. ‘KSTAR’ 건설 단계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핵융합 장치 기술력은 현재 ‘ITER’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선진국들에게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지난해 3차 실험을 통해 초전도토카막 장치로서는 세계 최초로 고성능 플라즈마 밀폐상태를 구현해 낸 KSTAR는 다시 한번 기대 이상의 연구 성과를 올렸고, 세계 핵융합 연구계의 관심은 우리나라에 몰렸다. 이러한 성과들은 국내 핵융합에너지 산업기술의 위상을 높이는 출발점이 됐다. ‘KSTAR’ 개발을 통해 획득한 기술력 덕분에 ‘ITER’ 사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개최되었던 핵융합 분야 최대 국제행사인 국제원자력기구 핵융합에너지 콘퍼런스(IAEA FEC2010, Fusion Energy Conference)의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서는 우리나라의 핵융합 기술력과 국내 산업체의 기술력을 세계에 소개하고 인정받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는 장기적인 미래를 보고 국내기업이 과감하게 국가 프로젝트에 투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문가들은 핵융합에너지가 상용화되는 시점을 지금으로부터 20~30년 후로 내다보고 있다. 오는 2040년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핵융합 장치 건설 기술을 바탕으로 핵융합 산업 기술력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핵융합과 같은 거대과학 연구를 통한 산업 기술력의 발전은 다른 산업발전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러한 일이 곧 국가 위상을 높이는 일이다.
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장 gslee@nf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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