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中企, 前IBM 장인과 손잡고 美 진출

반도체 스토리지를 개발, 제조하는 토종 중소기업이 자체 개발한 기술을 들고 IBM 수석발명가 출신의 정보기술(IT) 전문가와 힘을 합쳐 미국 본토 공략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태진인포텍(www.taejin.co.kr)의 조병철 사장과 IBM에서 28년간 근무하면서 한국의 `장인`에 해당하는 `수석발명가`(Master Inventor) 칭호를 받았던 김문주 박사.

최근까지 국내 굴지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기술고문직을 수행했던 김 박사는 글로벌 기술혁신의 메카인 실리콘밸리 한복판에 있는 태진인포텍의 미국 법인장을 맡아 이곳 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태진인포텍은 미국에 진출하면서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벤처캐피털 `퍼시픽 하버 캐피털`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500만 달러의 투자도 유치했다.

태진인포텍이 미국 시장에 내놓는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처리속도가 10∼20배가 빠른 하이브리드 데이터 저장장치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와 플래시, 반도체(DDR) 등 3가지 기반의 저장장치를 모두 갖추고 있어 고객의 요구에 따라 다양하게 최적화가 가능하다고 조 사장은 설명했다.

조 사장은 "중앙처리장치(CPU)나 메모리 부문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으나 저장장치는 상대적으로 발전속도가 느려 기존 제품들이 최근 시장의 요구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페이스북이 이 저장장치를 사용하면 검색서비스의 속도가 최소 6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또 데이터베이스가 차지하는 공간 축소와 발열감소 등으로 운영비 절감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서 관련 미국 특허만 이미 15건이나 되며, 현재 5건이 추가로 심사되고 있다고 밝혔다.

11일 오후(현지시간) 태진인포텍 사무실 개소식에는 국내 대기업 뿐아니라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와 미국 이동통신서비스업체인 AT&T, 네트워크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 등 굴지의 미국 기업 담당자, 스탠퍼드 대학교수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처럼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한팀을 이룬 조 사장과 김 박사가 처음 만난 것은 2008년 7월.

8년에 걸친 기술개발을 마치고 미국 진출을 모색하던 조 사장이 김 박사가 미국 IT시장에 대한 식견과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김 박사가 초빙교수로 서머스쿨 강의를 하던 모대학으로 직접 찾아갔으며, 김 박사는 제품을 보자마자 곧바로 미국 진출을 돕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조 사장은 "김 박사님이 처음에는 바쁘다면서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제품 설명을 듣고는 `누구 아이디어냐`고 되묻기도 했지만 이미 아이디어를 넘어 제품화 단계라고 하자 곧바로 달려가 제품을 직접 확인한 뒤 함께 일하자고 했다"고 당시를 소개했다.

김 박사는 "IBM 시절 관련기술로 미국에서 받은 특허만 40여건이 되지만 이 제품과 같은 아이디어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만큼 미국을 포함해 세계시장에서 성공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한국시장은 시장 자체가 작은데다 글로벌 기업들이 99%를 장악하고 있어 기술 위주의 중소기업이 뚫기 쉽지 않다고 판단해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성공 가능성이 오히려 높은 미국 시장을 먼저 두드리기로 한 것"이라며 "조만간 한국에서도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1996년 설립된 태진인포텍은 그동안 반도체 서버.스토리지 등을 자체 개발해 `제트 스피드`(Jet-Speed)라는 브랜드로 국내와 중국에 판매해 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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