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테마로 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들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특정 소리를 지속적으로 듣게 하거나 입체 영상을 장시간 보고 있으면 불면증 및 신경안정에 도움 된다고 선전하는 앱은 의료효과는 고사하고 자칫 전자파 장시간 노출로 인한 부작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개발업체들은 의료적인 연구결과에 기반해 제작했다고 말하지만, 실질적인 앱 제작과정에서 의료진이 검증한 바는 없다.
앱스토어에는 다양한 의료 테마 앱들이 올라와 있다. ‘베이비 허쉬’ 앱은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을 때 앱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려주면 아기가 안정을 찾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엄마의 심장소리, 라디오 소음이나 헤어드라이어 소리 등 엄마 뱃속에서 듣던 ‘화이트 노이즈’를 규칙적으로 들려주면 아기의 심신을 다독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앱과 관련된 연구결과나 제작과정은 밝혀진 바 없다. 이 앱은 0.99달러에 유료로 팔리고 있다.
‘프리즈 슬립(Prizz Sleep)’ 앱은 3D 영상과 소리를 들으면 불면증과 수면장애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전한다. 프리즈 슬립의 가격은 4.99달러로 앱스토어에서 팔리는 앱 중 고가에 속한다. 또 ‘Q모기’ 앱은 스위치를 켜면 스피커를 통해 정상적인 사람이 들을 수 없는 고음의 주파수를 생성해 모기의 혐오감을 유발, 모기를 퇴치한다고 설명한다. 이밖에 ‘슬립 사이클’ 앱은 설정해 놓은 시간이 되기 3~4시간 전부터 일정한 소리를 내 이용자를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게 하는 프로그램을 담고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깰 때 힘들지 않아도 된다고 네티즌들에게 알린다.
이러한 앱들에 대해 네티즌들의 평가는 냉담하다. 네티즌들이 남긴 글 중에는 “무료도 아깝다”는 내용도 적지 않다. 물론 이 앱들은 의료도구가 아니며, 한두 번 실행해보고 마는 엔터테인먼트성 앱에 더 가깝다. 그러나 해당 앱에서 나는 소리를 신생아에게 지속적으로 들려주거나 수면 중 실행하도록 설정하면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인식 건국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의료 앱 시장은 우선 의료법에서 원격진료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의학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고 보인다”며 “현재 전자파 장시간 노출과 관련한 논쟁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굳이 (불면증 치료 등의) 의료목적으로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개발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할 순 없지만 지인을 동원해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등 아기들이 잘 반응하는 소리를 찾기 위해 까다로운 작업을 거쳤다”며 “화이트노이즈가 아기를 편안하게 한다는 연구결과는 지난 2005년 방송에서도 다룬 적이 있으며 소리 자체가 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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